712년 전 태조의 명에 따라 정도전은 조선조의 정궁(正宮) 경복궁의 전각들에 명칭을 붙이고 각각 그들이 가지고 있는 깊은 뜻에 대하여 정성스레 설명하고 있다. 정도전은 전각들의 현판을 빌려 스스로가 국가요 그 주인인 임금에게 그가 행할 덕목을 극명하게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바야흐로 한 정권의 퇴장과 새로운 정권의 태동을 앞에 두고 각양각색의 어지러운 행태들이 우리를 몹시 혼미케 하고 있다. 차기 지도자는 과연 어떠한 자질을 갖추어야만 할 것인가. 정도전의 깊은 뜻이 새삼 절실하게 와 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정도전은 정문(正門) 광화문이 남쪽을 향하여 있음과 관련하여, 이는 바를 정(正)을 근본으로 하여 정치를 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러한 문을 통한다면 참소와 사특한 일이 통하지 못하고 조작과 거짓의 청탁도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온갖 중상모략과 사특한 사람은 문을 닫음으로써 끊고, 어진 이들에겐 문을 열어 널리 오도록 하는 것이 큰 바름(正)이라 하였다. 정도전의 정문 그것은 어진 인재들이 많이 들도록 하는 문일 때 진정 그 의의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근정(勤政)전에 관한 설명에서 정도전은 임금이 항상 부지런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첨하고 아양을 떠는 사람들로 인하여 자신도 모르게 태만해지고 또한 거칠어지게 된다면서 이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임금의 부지런함이란 널리 어진 이를 찾아 제때에 빠르게 등용하는 것을 뜻한다 하였다. 정도전은 어진 재상들을 중심기반으로 하는 왕정을 바람직한 통치형태로 생각했던 것 같다. 차기 지도자가 눈여겨봄직도 한 대목이다.

사정(思政)전과 관련하여 정도전은 생각함으로 인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이치를 얻을 수 있다고 설파한다. 임금은 깊이 생각하고 세밀하게 살펴야만 한다. 그래야만 선하고 선하지 못한 이를 구분하여 등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되게 생각하지 아니하면 옳지 못한 사람을 가까이 하게 되고 결국은 화를 입어 패망하게 된다고 한다. 서로 죽이 맞는 몇 사람들끼리만의 생각 위에 정치가 논해지는 것을 특히 경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강령(康寧)전에 담긴 뜻을 설명하면서 정도전은 임금은 스스로에 대하여 경계하는 가운데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을 닦는데 애써야 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그는 임금이 침전에서 한가롭고 평안하게 홀로 지내게 되었을 때조차도 더욱 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힘써야 할 것으로 다짐해보인다.

불행하게도 반세기가 넘는 우리의 헌정사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통령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주된 원인은 우선 대통령 자신들부터가 그다지 어질지를 못했던 것 같다. 나아가 인사가 만사라 하는 바, 어진 인재들을 찾아 제때에 기용하는 일에도 별반 부지런함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주변의 옳지 못한 끼리끼리의 사람들로 인하여 광명정대하여야 할 대통령의 판단이 크게 그르쳐졌던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물론 그것은 자신과 국민의 실패로 이어졌다.

특히 몇몇 이들은 자신의 낮은 인품과 친인척의 비리로 인하여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누를 끼치기도 하였다. 강령의 덕목을 어겼던 것이다.

국민은 이미 이들의 실패에 대하여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른 바 있다. 그 컸던 비용은 이제 새로운 대통령에게 최고의 반면교사로서 제 값을 다하여야만 할 것이다.

“인분은 더럽지만 좋은 곡식을 만들고, 뉘우침은 허물에서 나오지만 이를 걸러 덕성으로 삼는다.” 다산(茶山)은 말하고 있다.

문종욱<충남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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