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징다오 맥주축제를 가다

산둥반도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칭다오는 사실 별로 내세울 만한 관광지가 없다. 중국내 유명한 여름휴양지라지만 해수욕장의 모래가 거칠고 백사장의 규모도 훨씬 적어 우리네 서해안 해수욕장만도 못하다. 청나라때 리훙장이 큰 배를 정박시킬 항구가 없어 임시로 지었다는 잔쵸도 이미 상업주의에 물들어 평범한 관광지로 전락했고, 중국근대사의 시발점이 됐던 5·4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5·4광장도 붉은색 횃불탑만 덩그렇게 서 있을 뿐 중국의 향취를 느낄 만한 매력을 찾을 수 없다.

차를 타고 40분쯤 가야만 하는 국가급 관광지인 라오샨이나 가야 사진기 셔터를 누를 만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별다른 매력이 없는 도시인데도 한여름만 되면 칭다오는 들썩인다. 5성급 호텔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 뜨거운 태양빛과 가장 어울리는 시원한 맥주를 찾아 20만명의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칭다오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중국술이라 하면 독한 백주(白酒)를 먼저 떠올리는데 왜 하필 맥주축제일까. 이는 칭다오의 아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

아편전쟁 이후 열강에 의한 중국침탈 시기에 칭다오는 독일의 점령지였다. 맥주를 좋아하는 독일인들에 의해 칭다오는 자연스럽게 맥주산업이 발달하게 됐고, 중국내 최고의 맥주인 칭다오맥주 공장이 1903년에 세워졌다. ‘칭다오=맥주’ 이미지가 생겨나면서 1991년부터 독일의 옥토버페스티벌을 본딴 맥주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하는 칭다오 국제맥주축제는 지난달 11일부터 보름동안 열렸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과 비슷한 규모의 맥주성 안에는 칭다오맥주를 비롯해 세계 각국 맥주회사들의 부스가 마련됐다. 독일맥주가 가장 많았고, 일본과 미국, 중국맥주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맥주 부스는 보이지 않았다.

맥주성 안의 분위기는 가벼웠다. 맥주와 관련된 세계문화의 체험장이라기 보다는 그냥 다양한 맥주를 맛보며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각 부스마다 중앙에 메인 무대가 설치돼 있었고, 가수들의 흥겨운 노래와 율동에 맞춰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실 뿐이었다.

세계의 다양한 맥주를 저렴한 가격이나 공짜로 마실 수 있겠다는 기대는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깨졌다.

입장료는 20위안(한화 2600원, 오후3시이전까지는 10위안)이었고, 무료시음장은 어느 한 곳도 마련되지 않았다. 맥주 맛은 부드러운 편이었으나 생맥주, 흑맥주 가릴 것 없이 1.25ℓ에 50위안(한화 6500원)으로 시중 술집에 비해 거의 3-4배 비쌌다. 된장과 비슷한 소스를 바른 오징어 철판구이 안주 가격은 1마리에 20위안으로 한 부스에서 보통 200위안(4인 기준)정도의 비용이 지출됐다.

<글·사진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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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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