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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사태가 남긴 교훈

2007-09-03기사 편집 2007-09-02 18: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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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의 세상보기

온 나라를 가슴 졸이게 했던 긴장의 43일이 지나갔다. 비록 두 사람의 희생은 있었지만 21명의 목숨을 사지(死地)에서 꺼내 올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외교적 쾌거라고까지야 할 수 없겠으나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아프간 인질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학습이라고나 할까.

우선 우리가 치른 값비싼 대가는 무엇인가. 먼저 손꼽아야 할 것은 아무런 죄없이 죽어간 두 젊은이의 생명 값이다. 가지 말라는 전쟁터에 들어갔으니 그들의 책임이 아니겠느냐는 1차원적인 논리도 일리는 있겠으나 그들이 전쟁터의 유탄에 맞아 죽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탈레반의 계획적인 납치와 그들의 정치적 협상 도구로 희생되었고 우리는 막지 못했다.

나라의 국격(國格)훼손도 매우 컸다.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위기상황이기는 했지만 우리 정부가 취한 태도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피랍사건 발생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줄 용의가 있음을 내비친 것은 너무 안이했다. 대통령까지 나선 한국정부가 협상의지를 내비치자 그들은 요구사항의 수준을 높였다. 처음엔 한국군 철수였으나 곧바로 한국정부가 들어줄 수 없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 카드를 내놓았다. 아프간정부와 미국정부를 설득하라는 요구도 곁들였다. 위기를 단계적으로 높이며 요구사항의 수준도 점차 높이면서 챙길 것을 최대한 챙기는 아랍 전통의 ‘살라미 전술’에 걸려든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가. 계속적인 살해 협박과 수감자 석방요구, 그리고 배형규 목사의 살해였다.

특히 대통령 특사를 아프간 정부에 공개적으로 보낸 것은 실수였다.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 는 국제사회의 원칙을 어겨가면서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한국정부의 신신당부를 카르자이 정부가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면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다.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것은 아프간 정부의 단호한 거절과 함께 심성민씨의 피살이었다.

현재 논란을 빚고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는 몸값 지불 문제와 함께 한국정부가 납치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을 벌이는 선례를 남긴 것은 두고두고 국제적 위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벌써부터 국제사회의 시선이 따갑기 그지없다. “탈레반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줘 탈레반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었다” 는 독일 녹색당의 대변인 성명은 그같은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탈레반이 한국정부와 협상을 벌여 5개항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것 자체가 탈레반의 정치적 승리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은 학습교훈은 무엇인가. 우리가 이슬람 국제사회의 메커니즘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해야 될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대통령 특사를 아프간 정부에 파견한 일이다. 만약 탈레반에 어떤 압력을 가하기 위함이었다면 아프간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 먼저 특사를 보냈어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교의 수호자로서 이슬람권의 수장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교 수니파의 맹주로서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1996년 탈레반의 정부 수립을 맨 먼저 인정했고 이번 인질사태 해결의 막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다.

두 번째로 지적돼야 할 것은 한국 외교의 다변화와 함께 세계 곳곳의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랍전문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터진 후 초기단계에서 어떻게 탈레반에 접근할 것인지, 누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지, 누가 탈레반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지를 몰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프간에 정통한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국기독교계의 해외선교전략의 재검토 필요성이다. “가든지 아니면 보내라” 는 구호는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 선교전략의 속성을 말해주고 있지만 뜨거운 열정만 있고 차가운 지혜가 부족하지 않았나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부 교회와 목사들의 경쟁심과 공명심 때문에 더 위험한 곳으로, 더 고난이 있는 곳으로 젊은 그리스도인들을 내몰지 않았나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 규 진(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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