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기자의 두만강 물길따라 1300리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 떠나간 그 배는 어디로 갔소 / 그리운 내 님이여 /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

김정구씨의 ‘눈물젖은 두만강’ 노랫말이다. ‘두만강’ 하면 우리들에게 노랫말과 푸른 물, 국경지역 , 탈북자, 관광지 등이 연상된다. 두만강은 우리들에게 편한하고 푸근한 고향같은 곳이자 분단의 아픔도 되새기게 한다.

두만강과 함께 연상되는 것들 중 틀린 부분이 있다. ‘두만강 푸른물은…’아니라는 점이다. 오염으로 이미 거의 죽은 강이 돼 있다. 두만강 상류지역의 생활하수가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고 각종 공장, 광산에서 배출되는 오폐수가 흘러들며 ‘푸른 물’이 사라진 지 오래다.

천연자연수를 자랑하는 최상류 지역은 아직도 1급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의 함경도 무산 광산을 지나며 두만강은 신음하기 시작한다.

두만강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화룡시 숭선진에서 남평진, 용정시 삼합진, 개산툰진을 거쳐 도문시를 둘러봤다. 역시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곳을 지나는 동안 북한쪽은 일상의 몇 년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적한 시골풍경에다 곳곳에 서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우상화 문구, 산 꼭대기까지 개간한 밭 등 변함이 없었다.

높고 가파른 곳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밭마다 콩이며 옥수수, 농작물이 한여름 햇살을 받으며 영글어 가고 있었다.

농사가 시작되는 봄에는 산 비탈 밭에서 쟁기를 모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데 워낙 가파르다보니 굴러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절로 든다.

이같은 북한쪽 국경마을의 일상은 도문시를 지나면 찾아보기 힘들다. 상류지역만의 풍경인 것이다.

요즘에는 관광객들도 백두산-천지-두만강 발원지로 이어지는 여행코스를 통해 두만강 상류지역의 풍경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두만강 상류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오염원.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강으로 흘러드는 각종 오염 물질로 인해 두만강은 신음하기 시작한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1976년 환경문제를 골자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두만강은 국제하천으로 인접국간 상호 협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렇다할 노력과 성과가 없어 ‘두만강 푸른 물’은 노랫말에서나 존재하게 됐다.

두만강은 발원지에서 70여 km까지는 그런대로 맑은 물이지만 북한의 무산광산을 지나면서 급격히 수질이 악화된다. 쉿가루가 함유된 광산폐기물이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무산광산에서는 1일 8만5000톤의 처리되지 않는 폐수가 흘러 나온다.

오염된 강물은 개산툰을 지나며 더욱 악화된다. 개산툰 제지공장은 연간 3000만톤의 오염된 물을 배출한다. 이 공장과 석현제지공장은 두만강 전체 오염 부하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따라 두만강의 하류의 수질은 공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유량이 부족한 겨울철에는 더욱 수질오염이 심하다.

여기에다 용정시와 연길시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등이 합쳐져 도문시에 이르면 두만강 물은 검은 색으로 변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량이 많은 여름철을 제외하곤 두만강은 가까이 가면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수질이 악화된다.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문시 두만강 유역은 북한의 남양시와 마주하고 있어 강 건너로 북한 군인 및 주민들을 볼 수 있다.

두만강 탐사 둘째날은 도문시에서 마무리하고 다시 연길로 돌아왔다.

두만강 상류지역은 강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북한 주민들의 탈북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여름철을 제외하곤 수심이 얕아 쉽게 강을 강을 건널 수 있으며 중국쪽의 국경 경계도 허술해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두만강 상류를 이용한다. 강물이 어는 겨울철의 경우 더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다.

두만강 상류지역을 관광하다보면 국경경비를 맡은 군인이나 공안요원이 차량을 검문하곤 하는 데 이는 탈북자를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검문시 차량 내부는 물론 짐칸, 차량 하부 등을 샅샅이 살펴본다.

도문지역은 탈북자를 감시하기 위한 감시카메라가 강변에 설치돼 탈북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요즘은 북한의 식량난이 좀 나아졌는 지 이전보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도문에는 북한을 탈출했다 붙잡힌 사람들을 수용하는 탈북자 수용소가 위치하고 있다. 탈북자에 대한 중국 공안당국이 감시가 강화되며 2000년대 초반 연변지역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북한 주민들을 요즘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중국 길림성 도문시=김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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