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살림살이도 한 가정의 살림살이와 근본적으로 같다. 수입과 지출에서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외국과 경쟁을 통해 좀 더 나은 기술로 저렴하게 상품을 생산하고 수출해서 수입이 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가져야만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원천 기술을 가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졌거나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분야는 3-4개로 매우 한정적이다. 잘 알다시피 IT 분야나 조선 등 일부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단기간 내 이렇게 세계 무역규모 10권내에 들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그나마 몇 개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신기술개발은 생존의 조건>

그러나 요즘 중국의 거센 추격과 다른 나라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려움에 처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기술을 계속 유지하면서 추격하는 나라와 일정한 기술적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외국에 팔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신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의 국가들이 미래의 새로운 상품을 위해 투입하는 연구개발비는 우리나라의 수십 배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부의 살림살이 규모를 볼 때 다른 나라처럼 그렇게 많은 R&D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수는 없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유망한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 투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미래의 먹거리는 생명자원을 이용한 신상품의 개발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5개 경제부처간의 마스터플랜과 관련 법, 제도 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가 가진 우수한 생물자원과 발전된 BT 기술을 이용, 새로운 신물질을 찾아 고부가가치 신상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 산하에 분포하는 수 많은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생물자원의 풍부하고 4계절이 뚜렷하여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에 비해 유전물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어떤 생물자원이 분포하고 자생하는지에 대해 등한시해 왔다. 한반도에는 약 10만종의 자생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밝혀진 건 3만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7만종은 아직도 어떤 종들이 어디에 분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우리가 생물자원을 방치하는 사이 외국으로 반출되어 오히려 원산지 국가인 우리가 비싼 로열티를 주고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에서 개발한 AIDS 치료제 ‘타미플루’는 중국의 토착식물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물질로, 연간 3000억불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부처간 이해와 협조 필요>

보이지 않는 자원전쟁에서 이기려면 우선 우리 생명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2006년 9월 과기부를 비롯해 5개 경제 부처 장관회의에서 ‘국가생명자원 관리 마스터플랜’을 추진키로 하였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도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2008년부터 획기적으로 우리 생명자원에 대한 발굴과 확보 및 이용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여러 부처가 관여하고 있어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부처의 이해관계를 떠나 좀 더 거시적인 입장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좀 더 나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관계 부처들이 빠른 시간내 일이 처리될 수 있도록 더 한층 노력해 주길 바란다. 백운기<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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