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한 판 승부였다. 마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의 명승부전을 보는 듯했다. 통쾌한 홈런포를 앞세운 치열한 타격전과 명품수비, 벤치의 예리한 두뇌싸움 같은, 볼거리 많은 빅 이벤트였다. 드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대하드라마이기도 했다. 며칠 전 끝난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 얘기다. 비록 치고 받는 진흙탕 싸움이었지만 뒷맛은 개운했다. 보수정당에서 좀체 보기 힘든 경선으로, 한국 정치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가장 시급한 건 黨화합과 개혁

그 중심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있었다. “저 박근혜, 경선패배를 인정합니다.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합니다.” 이 한마디는 온 국민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의외였고 감동 그 자체였다. 역대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같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 예가 어디 있었던가. 박빙의 승부요, 아까운 패배였기에 그의 승복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네티즌들도 “정말 대쪽 같고 아름다운 모습” “깨끗한 승복과 동참, 멋있는 인격” 등 칭찬의 글이 많이 쏟아졌다.

시종 크게 앞서 낙승이 예상됐던 이명박 후보는 박 후보에 막판 맹추격 허용 후 만신창이 끝에 ‘상처뿐인 영광’이 됐다. 정작 이명박 후보로선 이제부터가 문제다. 지난 경선 1년2개월 간 각종 지뢰와 덫을 헤쳐 나온 그였지만 본선은 이보다 더 심할 거라는 각오를 해야 한다. 당 안팎 도처에 깔려 있는 장애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과제다. 당내 화합과 개혁, 경선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 대선공약재정비, 남북정상회담 등이 그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당의 화합과 개혁이다. 경선과정에서 심화된 당내 갈등을 비롯한 갖가지 후유증을 어떻게 아우르고 봉합할 것이냐가 당면과제다. 박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고 돕겠다지만 지지단체인 ‘박사모’는 당선무효를 주장하며 삭발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검증공방에서의 막말과 금도를 넘어선 고발 고소 등으로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때문이다. 이를 풀려면 이 후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 후보의 리더십을 십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당내화합조차 못 이룬다면 국민통합을 외치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당의 개혁도 시급하다. 후보가 된 후 당의 색깔과 기능을 모두 바꾸겠다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정부 여당의 무능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보아온 정당’이라는 소리를 이번 기회에 불식시키지 않고는 대권에 다가갈 수 없다. 정책정당으로서 환골탈태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대선의 주요공약도 가다듬어야한다. 대운하건설과 747구상(연평균 7%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와 세계 7대강국)등 주요공약은 경선에서 내 놓은 공약이지 당의 공약이랄 수 없다. 따라서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여론 경청 후 새롭게 가다듬어야한다. 본선에서는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철학을 놓고 정책대결로 가야 할 것이다. 경선에서 드러난 ‘흠집 많은 후보’라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도 과제다.

적극적으로 세간의혹 풀어야

서울 도곡동 땅 투기 의혹과 BBK문제로 박 후보에 막판 대 추격당한 것을 되새겨야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세간의 의혹을 풀지 못하면 범여권의 집중공격을 받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10월2-4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2차 남북정상회담이다. 이는 한나라당으로선 악재가 분명하다. 수구보수정당으로서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 넘느냐는 이 후보의 대처능력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박심(朴心)을 잡느냐 여부에 미치지 못한다.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라도 박근혜를 선대위원장에 앉히지 않고는 대선승리가 어렵다. 여론조사를 제외한 나머지 대결에서 완승한 그의 리더십을 사야 할 것이다. TK(부산 대구 경남북)와 충청 강원에서 이 후보를 누른 그를 잡지 않고서는 당의 화합과 득표 전략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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