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도난

창녕 관릉사에서 도난당한 영산회상도
창녕 관릉사에서 도난당한 영산회상도
1927년 11월 10일 밤, 경주박물관에 도둑이 침입해 유물 진열실의 자물쇠를 부수고 현재 가치로 100억원이 족히 넘는, 신라 왕릉에서 출토된 순금제 허리띠와 반지, 팔찌 등을 몽땅 훔쳐 달아났다. 이 금관총 출토 유물 도굴사건에는 현재 국보 제 88호로 지정돼 있는 금관총 과대및요패가 포함돼 있었다.

초조해진 경찰은 “천 수백 년전에 만들어진 금 세공품은 아무리 녹여 갖고 있어도 요즘 금과 달라 금방 알아볼 수 있다”고 헛소문을 퍼트렸지만 범인에 대한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다음 해 5월 20일 새벽, 경주시내에서 변소를 치러 다니던 한 노인이 경찰서장 관사 앞을 지나다가 대문 기둥 밑에 놓여진 이상한 보따리를 발견했다. 지겟 작대기로 헤쳐보니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물건이 있었다. 도난당했던 유물이었다. 범인은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이지만 유물은 다행히 반지 하나, 순금장식 몇 점을 제외하고 고스란히 돌아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재 도난사건으로 꼽힌다.

▲대전·충청 문화재는 안전한가.

대전·충청권에서도 문화재 도난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2003년 5월 15일 충남의 국립공주박물관에 강도 2명이 침입해 국보 247호인 공주의당 금동보살입상과 도자기 등을 강탈했다. 다행히 고속도로 인근 비상전화 부스 뒤에서 금동보살입상과 분청사기, 인화문 접시 등 문화재 4점이 발견돼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방문화재자료인 예산군 이한직 고택의 문짝 4개가 사라진 것에 이어 12월 충남 예산군 덕산면 중요민속자료 31호인 ‘남은들 상여’가 장식품들이 모두 뜯겨져 본체만 앙상히 남겨졌다.

2005년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조선 중기 문신인 송규렴의 고택인 제월당에서 교지, 고서화 등 문화재 수백점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문화재 보호의 안전망 구축.

문화재청이 올해 3월 문화재 안전과를 신설한데 이어 지난달 27일부터 개정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문화재를 훔치더라도 팔기가 녹록치 않아졌다. 문화재청 문화재 안전과는 문화재가 도난 당했을 경우 범인검거, 문화재 회수및 도난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화재 안전과는 도난사건이 발생할 경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문화재수사전담반과 함께 공조수사를 진행한다. 도난 문화재 사진과 정보는 경찰청 범죄정보시스템(CIMS)에 게재된다. 또한 문화재 절도범은 특정범죄가중처법이 적용돼 형량이 일반 도난사건보다 무겁다.

그동안 문화재 도난사건이 끊이질 않는 원인 중 하나가 문화재를 취득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민법상의 선의취득이 적용돼 개인 소유로 인정된다는 것. 그러나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구입한 문화재가 도난된 문화재인지 모르고 샀어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무조건’ 몰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나왔지만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행정은 점점 더 강도가 세지고 있다. <김효숙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본문인용 등의 행위를 금합니다.>

순천 선암사에서 도난당했던 불화
순천 선암사에서 도난당했던 불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회수하여 공개한 지정문화재 31종 71점을 비롯해 도난당한 문화재 35종 121종.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회수하여 공개한 지정문화재 31종 71점을 비롯해 도난당한 문화재 35종 121종.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