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훈련중인 프로배구 대전 김상우

“지금은 재활치료훈련을 열심히 해서 수술한 오른쪽 발목이 빨리 회복되길 바랄뿐이에요. 진로는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한국프로배구의 대들보라 불렸던 선수. 30대 후반의 나이와 잦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철벽블로커, 바로 ‘섹시 가이’, ‘불꽃 남자’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센터 김상우(34)다. 그는 1995년 삼성화재의 창단멤버로 입단해 2006-2007시즌이 끝난 뒤 영원한 삼성맨으로 배구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가 코트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10연패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선수는 겨울리그 10연패 달성을 위해 지난 시즌 철저한 자기관리와 ‘이번 시즌만큼은 꼭 우승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인지 매일 체력강화 훈련과 지구력 훈련 등 웨이트 트레이닝을 평균 4시간씩 했다. 게다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팀 훈련이 끝나거나 주말이면 개인훈련도 빼먹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동안 우승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성취감이 아닌 절망감이었다.

김 선수는 2006-2007 시즌 초반 발목을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간 뒤 6라운드가 돼서야 비로소 경기장에 얼굴을 비췄다. 발목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견디고 ‘경기를 뛸 수 없다’라는 의료진의 판단을 뒤로한 채 그는 겨울리그 10연패라는 목표를 위해 진통제를 맞아가면서까지 코트 위에 서 있었다. 이를 악물고 자신과 싸워가며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중에 수술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그는 ‘10’이라는 숫자만을 떠올렸다. 그렇게 열심히 몸을 던졌는데 결국 두 자리 수를 달성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간직한 채 코트를 떠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뛰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제 마음속에 있었나 보네요.”

현재 김 선수는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발목수술 때문에 걸을 때마다 심한 통증을 느끼지만 자신이 택한 길이기에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는 이제 화려한 선수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을 향한 첫 발을 내디뎌야 한다. 해외연수를 떠날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갈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김 선수는 “발목이 다 나으려면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다. 그때까지 충전시간을 갖고 새로운 삶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면서 “그동안 아껴준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 곁으로 돌아오겠습니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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