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던 30대 여교수의 가짜행각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그녀는 학위를 위조해 대학교수가 됐다. 미술계와 대학의 검증시스템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지만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는 등 그녀는 정말 진짜 같았다고 한다. 가짜학위로 대학의 교수가 된 것은 이제 놀랄 일이 못된다. 13일에도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미국령 괌의 한 대학에서 학기당 250만원을 내고 학위를 취득한 대학교수등 36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다른 사람의 논문을 그대로 베끼는 사례까지 `가짜`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더 많은 가짜교수들이 신문지면을 장식했을 것이다.

가짜가 칭송받는 기묘한 현실

그렇지만 가짜가 판치는 것이 어디 대학과 문화계뿐이겠는가. 성역으로 여겨져왔던 교회나 사찰 등 종교단체와 문화 복지단체등 비영리 공익법인이 가짜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조세연구원으로부터 제기됐다. 그런가 하면 사이판 등지에서 의사면허증을 사 불법의료 행위를 한 가짜의사 일당이 잡혔다. 이들은 저소득층을 주 대상으로 불법의료행위를 해왔는데, 대체의학계의 명의라는 어처구니 없는 칭송을 들은 사람도 있었다. 또 국세청 인근 창고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산업용 에틸알코올로 만든 가짜양주가 버젓이 유통되었고, 도심에는 가짜 현금인출기가 설치돼 서민들을 울렸다.

공직자들 역시 가짜행각에서 빠지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국고보조금을 반환하라는 가짜 공문서를 유통업체에 보내 4억 3000여만원을 착복했다. 수원시공무원들은 하지도 않은 초과근무를 했다며 330억원에 달하는 가짜 수당을 받아갔다.

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만의 집권당 국회의원 두명이 대만대학의 테러대응상태를 점검해 본다며 가짜 인질극 소동을 벌여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했다. 명문 MIT 입학처장이 28년간이나 학력을 위조해온 것이 드러났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거짓 전쟁영웅만들기를 주도한 사실이 하나 둘 폭로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가히 가짜 전성시대다. 쉽게 돈을 벌기 위해,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이룰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기만과 선전의 일환으로, 부정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가짜들은 우리 주변을 잠식해 가고 있다. 각 분야에서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결과지상주의와 황금만능풍조, 그리고 자유에 편승한 방종과 과도한 권리의식이 팽배해지면서 가짜들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가짜 같은 진짜, 진짜 같은 가짜`라는 혼돈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너무 어렵다보니 대중들은 무관심과 허무·절망으로 치닫게 된다.

대선을 몇달 남겨두지 않고 있는 요즘 많은 국민들이 마주한 상황과 감정이 바로 그것들이다. 고소·고발, 상대비난과 성토는 넘쳐나지만 진실과 미래는 어디에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가짜와 진짜가 다투고 화합하면서 판독불능과 논리의 모순을 고착시키고 있다. 그 결과 혼돈은 심화되고 정상적인 의사결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이것은 가짜들이 노리는 것이다.

투명 공정한 풍토조성 시급

누구나 옥석을 구분하는 지혜와 안목을 갖추고 있다면 가짜는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만큼 가짜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토양을 만들어가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사회 각 분야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한편, 학연이나 지연·혈연이 아닌 능력에 따라 대접을 받는 풍토 조성이 시급히 요구된다. 거짓됨이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도 뒤따라야 한다. 또한 가진 사람들의 사회적 책무 이행과 "다른 사람이 잘 살아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주문해본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가 진면목보다는 허상과 거짓우상에 심취해 있다는 포지셔닝과 각성이 있어야할 시점이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라는 노랫말이 현실속에서 더이상 생명력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본문인용 등의 행위를 금합니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