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아름다운 경선(대통령후보)은 물 건너가고 마는가. 대통령선거를 불과 5개월 여 앞두고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간의 진흙탕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연일 피 터지는 검증공방 끝에 이측이 검찰에 명예훼손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어제 이 후보 측이 고소취소를 결정했지만 그 후유증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고소가 취하된다 해도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의 맞고소 건과 개인정보유출 등으로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앞박`과 `뒷박`의 피 터지는 싸움

수사가 길어지면 한나라당 경선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고소취하로 검찰이 손을 뗀다 해도 유권자들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특정후보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또 두 후보가 모두 공멸(共滅)할 수 있는 등 대선구도 자체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승자(勝者)역시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경선과정을 통해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몸으로 본선에 나가 어떻게 싸울지도 모를 일이다.

당내에 검증위원회까지 둔 한나라당이 검증공방과열로 검찰의 개입을 유도한 것은 일찍이 한국야당사에 없던 치욕이다.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가 경쟁하듯 검찰을 끌어들여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한나라당은 모르는가. 97년 DJ비자금사건, 2002년 병풍사건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이·박 간에 벌이고 있는 검증바람은 가히 토네이도 급 태풍이다. 두 후보 간의 검증논쟁은 ‘앞박(박근혜)과 뒷박(이명박)의 피 터지는 싸움’으로 표현될 정도다.

물론 검증은 대선에서 가장 필요한 절차다. 대선주자의 재산형성과정과 자질, 도덕성 등과 관련된 의혹은 낱낱이 밝히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 최고 지도자를 뽑는 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증은 꼭 필요하다. 어찌 보면 검증은 모든 옷을 벗어 자신의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개념이다. 누구나 잘못된 과거는 있게 마련이고, 자신의 허물은 덮으려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검증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후보로서의 검증은 피해갈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떳떳이 받아야 한다. 네거티브 검증에 매달려온 두 후보는 결국 이 후보와 관련한 고소 등 3건이 검찰로 넘겨 졌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관련의혹과 금융사기의혹에 휩싸여왔다. 이에 대한 이 후보의 명쾌한 답변은 볼 수 없다. 박 후보도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영남대재단, 정수장학재단 문제 등 여러 의혹을 속 시원히 해명치 못하고 있다.

이제 지나친 검증공방으로 한나라당이 자칫 공중분해 되거나 분당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갈등의 골이 깊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왜 이런 상태까지 왔는가. ‘경선승리가 곧 본선승리’라는 착각 때문이다. 그동안 두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70%를 넘었다. 이것이 ‘경선만 이기면 본선은 거저먹기’라는 착시현상을 만든 것이다. 그동안 여권의 군소 후보들이 2-3%에 그친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검증과열 검찰개입유도 치욕

하지만 이는 가상의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범여권후보가 결정되지 않았고 선거구도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70%가 훨씬 넘던 이·박의 최근 지지도가 각종 검증 후 60%대로 크게 떨어진 것을 보라. 경선 후 패배한 후보 측이 상대방후보를 적극 밀어줄지도 의문이다. 물론 두 후보는 “내가 지면 상대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두고 봐야 안다.

한나라당은 올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절대명제를 안고 있다. 97년과 2002년 대선을 내줘 불임정당의 별명도 얻었다. 이번이 3수 째다. 당 검증위원회를 통한 오는 19일의 마지막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상대방 죽이기 식’네거티브 검증에서 벗어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품격, 미래의 비전을 갖고 있는가를 집중 점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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