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마음대로 삼인방이 있다. 노무현, 김승연, 양현수. 남의 눈치 안보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통령, 재벌총수, 국립대총장은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언감생심 보통사람들은 한번 자리하기조차 쉽지 않은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왜자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인방은 지도자로서는 부적절한 언행, 소홀한 책무, 그리고 품격을 잃었다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존경·신뢰 잃어가는 지도자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 한나라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을 공격해 선거법상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선관위의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하루뒤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정치중립인지 구성요건이 모호해 위헌이며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라며 선관위의 존립자체를 흔드는 발언을 했다. 누구보다 헌법수호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법치주의의 근간인 헌법을 뿌리째 흔들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헌법재판소와 선관위의 판례 및 결정의 수용을 거부하는 노 대통령의 언행은 헌정질서 파괴행위에 해당한다"며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해줄 것을 선관위에 주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12일 원광대 강연과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를 문제 삼아 노무현 대통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다시 고발했다. 대통령발 정국 혼란이 또다시 재연된 셈이다.

폭행당한 아들-보복폭행-외압여부-언론노출-경찰수사-구속-경찰자체감찰-검찰의 수사로 이어지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사건도 국민들에게 허탈과 분노를 안겼다. 김 회장은 일본의 경영전문잡지 `재계( 3월14일자)` 에서 "나는 명예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다. 명예를 욕되게 하면서까지 사업을 할 생각은 없다"며 신의 경영을 강조해왔다. 또한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존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행복을 구현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회적 존재"임을 제창했다. 그렇지만 아들을 폭행한 업소근무자들에 대한 사적인 보복 폭행으로 결국 자신과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존경받고 신뢰받는 기업의 총수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인 것이다.

현직 국립대총장으로서는 최초로 13일 검찰에 소환된 충남대 양현수 총장도 지역민들에게 충격과 자괴감을 주었다. 정책연구비 등의 크고 작은 의혹들과 관련해 퇴진 압력에 직면했던 양 총장은 사퇴를 밝힌지 17일만에 업무에 복귀해 지역사회를 놀라게 했다. 양 총장은 "사태의 책임자로서 남겨진 마지막 일이 있다면 회피하지 않고 책임을 지고 마무리하겠다"며 교무처장을 경질한 뒤, 휴가를 내고 학교를 떠났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습과정이다. 여전히 지역사회와 학교를 위해 `일`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미 신뢰와 지도력을 상실한 만큼 정상적인 업무수행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지역의 자긍심에서 세계속의 명문대로 비상하자`고 역설했지만 지역사회와 학교에 누를 끼치고 있다.

헤택받은 사람들의 헌신 있어야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 지도자들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편가르기, 격조없는 언행과 부적절한 처신, 균형감각의 부재,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법경시와 상식파괴 등이 그 배경에 자리한다. 지도자들은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국민들에게 베풀어 `살아갈 만한` 세상을 만들고 비전을 제시해야 할 무거운 책무가 있다. 때론 자기희생도 불사하며 원칙을 지키고,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의견을 조정해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혜택받은 사람들이 사랑과 헌신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사 회장의 하버드대학 졸업식 발언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왜 우리는 `있고 갖춘` 높은 사람들의 입에서 이런 말들을 들을 수 없을 까. 가지고 누린사람들의 도덕적 의무수행과 소명의식이 언제쯤 발현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는 지도자들의 출현, 정말 불가능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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