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공항은 평일인데도 골프 치러 출국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수화물창구에는 언제나 골프백들이 길게 늘어서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은 “왜 외국에까지 나가 골프를 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하지만, 까닭이 있다. 중국, 태국, 심지어 일본도 국내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태국등지에서 4-5일간 72홀-90홀을 돌고 관광하는데 드는 비용이 제주도보다 더 쌀 정도라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휘발유●와인 값 세금이 60%

왜 국내골프장은 외국보다 더 비쌀까. 그것은 세금 때문이다. 국내골프장이 내는 각종세금은 내장객수로 환산할 경우 라운드 당 3만원이 넘는다. 이 돈이면 그린피●캐디피를 포함해 해외에서 18홀을 즐길 수가 있다. 때문에 제주도 골프장들은 최근 내장객의 급감으로 적지 않은 곳이 부도직전이라고 한다. 근래 골프장이 많이 생겼지만, 이대로 간다면 망하는 골프장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세금을 너무 많이 걷는다. 법인세, 등록세, 휘발유세, 주세, 근로소득세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휘발유를 보자.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로 무연 휘발유 값은 최근 리터 당 1600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휘발유 값이 세금덩어리라는 점이다. 휘발유 값의 60%를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세금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7배, 일본의 2배다. 소득수준으로는 미국의 25배, 일본의 4.4배이고, 독일보다도 2배가 많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교통세를 내려 적정가격을 유지케 하는 게 올바른 행정이다. 그러나 당국은 ‘국제유가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기름 값 없으면 차를 몰지 말아야 한다’는 태도다. 자동차가 사치품이던 70년대 사고방식을 아직도 갖고 있음인가. 휘발유급등에 따른 각종 상품의 제조원가상승과 물가상승은 안중에도 없다. 법령에 30%의 탄력세율을 두고도 그렇다. 저절로 걷히는 한 해 20조원의 세금이 아까워 그런 모양이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수입와인도 그렇다. 국내가격이 보통 미국의 2-3배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마시고 있다. 칠레산 레드와인‘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쇼비뇽’은 미국에선 13-19달러지만 한국 할인점은 37.5-40.9달러나 받는다. 파리 등 유럽도시에서 3700원인 보졸레 누보(햇 포도로 만든 포도주)도 한국호텔에서는 무려 3만원이나 받는다. 이 모두 60%의 높은 세금 때문이다. 술 역시 관세와 주세, 교육세, 부가세가 붙는다.

근로자가구의 조세부담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소득에서 조세 공적연금 등 비 소비지출과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평균소득의 23.8%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의 4분의1이 세금●교육비로 나가는 셈이다. 2000년의 18%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소득은 54.78% 증가했지만 조세부담은 78.45%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96년에 마련된 소득세누진구간을 고치지 않고 11년째 고수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 위해 세금 낮춰야

지금 세계는 감세정책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법인세 인하로 기업의 해외이전을 막고 외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아일랜드로 47%이던 법인세를 12.5%로 낮춰 외국기업을 끌어들여 지난 10년 동안 EU평균의 3배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법인세율이 38.65%로 EU국가 중 가장 높은 독일도 2008년까지 9%포인트 낮추는 파격적인 감세안을 통과시켜 주목을 끌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도 법인세인하를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5%로 20%의 싱가포르, 17.5%의 홍콩보다도 훨씬 높다. 국제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 및 소비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와 휘발유세 인하 등 각종 세금을 낮춰야 한다. 법인세 인하로 일단 세금은 줄어들겠지만 고용이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나 감소분을 메우고도 남는다는 전문가 조사결과를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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