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자치단체는 없고 모두 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지방을 살리겠다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공장입지 등을 제한하니 수도권 자치단체까지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난리다.

경제문제뿐만 아니다. 각료급을 비롯한 정부기관 인사 때만 되면 곳곳에서 자기 지역출신들이 적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현 정부 초기에 인사정책을 총괄했던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전국을 돌면서 인사혁신 토론회를 주관하고 돌아온 후 소감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렸는데 “지역민들의 경우 어느 곳이든 다른 곳에 비해 유독 우리만 홀대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어느 한 지역도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곳이 없고 모두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나름대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행정도시 건설을 착착 진행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계획에 따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런데 지역이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돈, 사람 할 것 없이 수도권으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7월말 기준으로 지역 금융기관에서 조성된 자금 468조원 중 129조원이 수도권으로 유출돼 지방경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한상의가 그저께 발표한 ‘최근지역금융 현황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보면 작년 지역예금의 40% 가량을 차지한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수신고 중 33.3%가 서울로 빠져 나갔다. 지방발전을 위해 내놓은 각종 시책에 전국 곳곳의 땅값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기업들이 오려고 해도 땅값을 감당하지 못해 중국 등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역의 경제계나 관료들 사이에서는 “이제 어떻게 해볼 기력조차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지경이다.

정부는 열심히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는데 현실은 왜 이렇게 모든 게 서울로만 집중될까. 지역에는 그럴듯한 기업하나 없고 모두가 하루하루 생존하기에 급급한 중소기업들뿐이니 금융기관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들에게 재투자를 할 리는 만무하다. 자치단체마다 지역건설업체의 참여 비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형공사 현장은 아직도 전국규모의 건설사들이 도맡고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수도권에서 따라 내려오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중소업체들이 설자리는 좁을 수밖에 없다.

행정자치부에서 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도·농복합특례시나 통합시를 요구했던 충남도와 연기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충남도는 직접 관할하는 행정구역이 아닌 특별자치시로 분할될 경우 도세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기군에서는 다 빼앗기고 미니도시로 전락해 존립자체가 흔들리게 생겼다며 격앙하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도시건설은 국제입찰 기준에 맞추기 때문에 지역에 연고를 둔 건설업체들은 제대로 된 건설사업을 하나라도 따내기는커녕 하청업체로라도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단위 개발사업인 만큼 지역업체들이 당연히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도시 건설 이후 서울서 행정도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을 위한 교통 등 각종 편의제공은 벌써부터 검토하면서 지역기업들을 위한 배려는 얼마만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항변이다.

정부는 이들의 항변이 괜한 생떼쓰기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지역기업들이 조금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규제는 신속하게 풀어야 한다. 지역기업의 일거리가 많아져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들이 벌어들인 자금은 다시 재투자로 이어져 지역 발전을 앞당긴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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