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홍성군 구항면 내현리 거북이 마을

낭만을 찾아 떠나는 한적한 시골여행.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홍성IC를 빠져 나왔다. 봄의 색깔로 치장한 29번 국도를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특이한 이름의 홍성 거북이마을을 만나게 된다. 구항면 내현리에 위치한 거북이마을은 거북이 목처럼 생겼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이 거북모양의 바위가 머리를 안쪽으로 향하고 있어 내현이라고도 불린다. 마을 입구 한가운데에는 녹색물을 들인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길손들이 쉬어가라는 듯 느티나무 아래에는 널따란 평상이 놓여 있다. 안내문을 보니 수령이 500년이란다. 느티나무 위쪽에는 작은 사립문과 함께 헛간처럼 보이는 조그만 초가가 따뜻한 볕을 받고 있다. 더 없이 포근한 시골 마을의 풍경 앞에 고요함이 샘솟는다. 보물을 덮고 있다는 보개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마을모습이 여백이 많은 한 폭의 동양화 같다. 낯선 객이 들이닥친 것이 반갑지 않은지 붉은 스트레이트 지붕 아래에서 개가 짖어댄다.

거북이 마을의 매력은 계절별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36가구밖에 되지 않는 아담한 마을이지만 주말만 되면 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 전통의 향기가 살아있고 ‘동창이 밝았느냐’의 저자인 남구만 선생이 기거하신 곳으로 우리네 시문학을 듣고 보고 느낄 수 있는 마을이다. 여기에 반딧불이, 여치집만들기, 쑥개떡만들기, 시조짓기 등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으니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그야말로 자연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는 셈이다.

마을 맨 위쪽에 자리 잡은 약천초당과 구산사 그리고 연못은 시골 마을의 풍광에 아름다움을 덧칠하고 있다.

차를 타고 10분 정도 나오면 맑은 아침 수목원이 나온다. 이곳은 수목원이라기 보다는 넓은 정원의 느낌이다. 대부분의 수목원이 단아하지만 뭔가 정감이 없다면 이 곳은 가정집 뜰처럼 정겨움이 묻어난다. 산 아래 7300여평에 꾸며진 수목원에는 우리꽃, 우리 나무들 10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이 곳에는 청자토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들고 그 위에 청자유를 발라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체험장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한용운선생 생가다. 토굴 새우젓으로 소문난 홍성군 광천읍 외곽도로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천수만 방면으로 가다 보면 결성면 소재지가 나온다. 결성우체국 앞에 이르러 우측으로 심하게 굽은 도로를 따라가면 만해 한용운선생 생가에 닿는다. 싸릿대 울타리의 만해선생의 생가는 초가지붕을 얹었으며 방2칸, 부엌 1칸으로 구성된 일자형 구조로 앞쪽에는 한용운이란 문패가 걸려있다. 문패 때문인지 생전의 만해선생이 마치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듯한 감상에 빠져든다. 마당을 둘러보면 정자 한 그루가 심어져 있고 오석에 새겨진 만해의 시 ‘나룻배와 행인’은 방문자들의 발걸음을 잠시 그 자리에 묶어둔다. 만해 박물관은 현재 내부공사중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는게 아쉬울 뿐이었다. <글·사진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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