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전쟁이란 피를 흘리는 정치이며, 정치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꼭 요즘의 한국정치를 빗대서 한 말 같다. 최근 한국정치가 막말정치, 막가파정치로 오염되고 있다. 여야 없이 연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정치판의 진풍경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경쟁적으로 자극적이고 가시 돋친 말을 마구 내뱉어 국민을 식상케 한다. 구태정치가 되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여야 구태정치 볼썽사납다

그 중심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김근태·정동영 씨가 있다. 올 대통령선거의 유력주자인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들의 천박한 언행이 대한민국 정치엘리트의 참 모습인지, 국민들보기가 민망할 따름이다. 그 모든 것은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비롯됐다. 또한 참여정부의 실정과 여당의 인기하락에 따른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도대체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김·정씨를 ‘당신들’이라 부르며 ‘구태정치의 고질병’ ‘차라리 정치를 그만 두라’고 공격했다. 친노(親盧)인사들은 두 사람을 ‘잡동사니들의 살모사 정치, 떴다방 정치를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김 전 의장은 ‘상대방에게 딱지 붙이고 매도하는 게 노무현식 구태정치’라고 공박했다. 정 전 의장도 ‘독선과 오만에 기초한,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것은 공포정치의 변종’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이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고 한 때 정권을 공유하고 향유했던 인사들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최소한 정치적 금도나 예의조차 없는 언행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은 여당임을 포기하면서 탈당파와 사수파, 친노(親盧)와 비노(非盧)로 사분오열됐다. 여당이 없어지면서 책임정치는 실종됐고, 잇단 탈당과 분당에 이어 며칠 전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 당도 얼마 안가 없어지고 곧 범여권을 아우르는 통합신당이 창당된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머리가 빙빙 돈다. 이번 여권분란의 중심에 대통령이 끼어 있는 것은 안타깝다. 국정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이 진흙탕 속에서 옛날의 동지들을 향해 삿대질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당의장을 지내고, 장관을 지내는 등 호사(?)를 누려온 김·정씨의 발끈하는 모습은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어도 옛 동지와, 군신(君臣)간에 막말을 주고받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한나라당도 대선주자를 뽑는 경선규칙을 놓고 몇 달째 싸움을 벌이고 있어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경선시기와 국민참여 비율을 놓고 다투더니 이젠 여론조사문제로 티격태격이다. 얼마 전 강재섭 대표가 주재하는 화합의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한나라당 의원이 대운하를 사기극이라 해서 충격을 받았다’느니 ‘여자는 애를 낳아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서로 공격했다. 강 대표의 어제 중재안이 안 받아질 경우 자칫 당이 깨질 수도 있다.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해야

아무리 정치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지만 이 정도로 치고받는다면 큰 문제다. 자칫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국정차질도 우려된다. 대통령선거는 아직 반년이 넘게 남았다. 정치인 모두가 자중하고 매사를 차근차근, 정도를 걸으며 풀어야나가야 할 때다. 우격다짐이나 감정싸움으로 될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누구 말대로 구태정치, 후진정치로 뒷걸음칠 뿐이다. 대통령은 이제 모든 걸 정치권에 맡기고 국정에 전념할 일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지도자요, 책임자다. 국민은 ‘정치인 노무현’보다 ‘대통령 노무현’으로서 남은 임기동안 나라살림을 충실히 해주길 바라고 있다. 경제 살리기와 북핵문제, 한·미FTA 마무리, 한·EU FTA협상 등 숱한 난제를 풀어야한다. 정치에 신경 쓸 만큼 그리 한가하지 않다.국민은 ‘대통령이 정치판의 진흙탕에 뛰어들어 흙 묻히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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