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치른 재선거, 보궐선거의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 참패”니 하며 야단이다. 그 뿐 아니다. 한나라당 수뇌부에 큰 동요가 일어나 이미 최고위원 두 사람이 사표를 던졌다. 또한 당 대표를 향해 삿대질이 오가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특히 대통령후보경선에 나선다는 박근혜 씨와 이명박 씨가 이로 인해 감정이 악화되었고 양측의 참모진간에 서로 “네 탓이야”하고 있다니 참으로 웃지 못할 현상이다.

우선 지방의 단체장 선거부터 한번 따져 보자. 전국 6곳에서 선거를 치렀는데 5곳에서는 모두 무소속이 당선되었고 오직 1곳만 한나라당이 치지할 수 있었다. 만일 여당에서도 6곳에 다 후보를 내고 선전할 수 있었다면 양상은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무소속 당선자들을 다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재·보선이 필요하게 된 것이 작년 5·31선거 때 나타난 부정 때문이라면 알만하다. 그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휩쓸었던 사실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렇다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단체장 중에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사고지역에서 다시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켜달라고 내세우는 것부터가 식견없는 무례한 짓이 아니었는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들은 대개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믿고 공천신청을 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무소속으로 입후보한 사람들일 것이다. 모르긴 하지만 당선된 5사람이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고 입후보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은가. 내 짐작에는 모조리 낙선되었을 것이다. 지난해 5·31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후보관리를 소홀히 하였음을 시인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제 와서 실신한 사람들처럼 땅을 치며 통곡하는 것은 정말 꼴불견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단 1곳에서라도 당선된 사실을 기적이라고 여기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3곳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한 후보 밖에 당선시키지 못하였다고 당의 지도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런 한심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충청도의 심대평이, 당이야 무슨 당이건, 충청도에서 당선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충청도 사람들을 도대체 뭘로 보는 건가. 양반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충청도에서 심대평을 찍지 않고 또 누굴 찍으라는 말인가. 욕심에도 한계가 있어야지. 심 씨가 출마한다면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놓지 않으면서 “그래도 이 지역에서 가장 덕망 있는 지도자가 아닙니까”라고 한마디 할 만 한 아량이 있어야 옳은 것 아닌가. 호남에서 김대중 씨의 아들이, 첫째이건 둘째이건,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백번 타당한 일이 아닌가. 한나라당은 3자리 중에서 1곳 밖에 차지 못했다고 국민 앞에 미안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인데 한나라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석고대죄’하려는 것인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정치를 하려면 한나라당의 당선자가 일이 잘못되어 물러난 자리에는 후보를 내세우지 않는 미덕을 발휘해야 했고 충청도에서 당선된 심대평 씨 그리고 전라도에서 등장한 김대중 씨의 둘째 아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며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라고 한마디 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의 이 씨와 박 씨의 암투는 걱정스럽다. 후보들이야 그럴 리 없겠지만, 참모니 보좌역이니 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 같다.

대통령이란 대한민국의 살림을 맡아서 해야 하는 대단한 직분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에 그는 한반도라는 넓은 뜰에 비를 들고 청소도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이 씨 박 씨를 돕는다고 나서는 사람들 가운데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쓰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이 씨가 당선되면 또는 박 씨가 당선되면 큰 감투 쓰고 재미 보려는 자들이 대부분 이다. 이 사람들의 부질없는 싸움이 이러다간 나라의 앞날을 어지럽게 만들 우려가 있다. 여당이 무너진 이 마당에 범여권을 묶어 새로운 얼굴의 후보를 하나 내세워 재집권을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얄밉기는 하지만 만일 한나라당의 두 후보가 “오빠 먼저, 동생 먼저”라며 서로 양보할 수 만 있다면 금년 12월19일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되지 않겠는가. 왜 크게 보지 못하는가. 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가. 개인 보다는 당이, 당 보다는 국가가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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