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선거 아닌 전국선거로 변질
서을보선은 오차범위의 치열한 접전과 함께 최근 양당의 막가파식 진흙탕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번 보선은 잔여임기가 채 1년도 안 되는 선거인데도 열기가 상상외로 뜨겁다. 그 이유는 정치권이 이번 선거를 오는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의 대리전이나 전초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재보선 캐치프레이즈로 ‘정권교체’를 내세운 것만 봐도 이번 재보선을 대통령선거 대리전이나 전초전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특히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쟁하듯 대전에 와 이 후보 지원유세에 힘 쏟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재ㆍ보선 불패신화를 주도했던 박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지지율을 이번 재보선에서 만회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게 틀림없다. 한나라당이 심지어 국민중심당을 ‘열린우리당의 2중대’로 폄하하고 있음도 궤를 같이한다. 보선이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 아닌 전국선거로 변질된 느낌이다.
특히 충청권표심의 중요성을 이ㆍ박 두 유력주자는 익히 알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표심이 캐스팅보트역할을 했음은 이제 누구나 다 안다. 노무현대통령도 ‘행정수도’라는 비장의 무기로 충청표심을 잡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올 12월대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대전서을은 대전의 강남이고 충청의 심장이다. 주민 소득수준이 높고 상류층이 많이 산다. 그래서 서을보선을 일종의 대선수능고사로 생각하고 있는듯하다.
‘대전의 자존심’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국민중심당은 이번 보선을 당의 사활이 걸린 선거로 보고 있다. 심 후보의 당락여부는 당이 생존하느냐 해체되느냐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범여권의 연대제의를 단호히 거절했지만, 한나라당 대 非 한나라당 구도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심 후보를 밀고 있는 범여권은 치명타를 입게 되고, 이ㆍ박은 상당한 소득을 얻게 될 것이다.
둘은 공(功)다툼을 하게 되고 경선싸움은 점입가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당선에 누가 더 많이 기여했느냐를 놓고 두 대선후보 간에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이다. 아무래도 ‘재선불패(40승)신화’의 박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지금도 박 전 대표는 구름관중을 몰고 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심 후보가 이길 경우 대선에 다소의 영향은 있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높은 당지지율 때문이다.
박근혜 막판지원이 또 변수?
서을보선은 결국 ‘조직력의 이재선’ 對 ‘인물론의 심대평’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 같다. 시장과 5개구청장 및 시ㆍ구의원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이재선후보가 조직에 앞서는 건 사실이다. 더욱이 그는 10수년 간 생활체육의 長으로 있으면서 조직을 한 층 더 다져왔다. 반면 단기필마와 다름없는 심대평 후보는 인물론으로 맞서고 있다. 화려한 학력에 13년6개월의 도지사경력과 청와대수석, 국무조정실장 등 다채로운 이력이 강점이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 특성상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중장년층 지지의 심 후보가 젊은 층 지지의 이 후보보다 유리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조직력에서 앞서므로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문제는 이 후보에 대한 중앙당의 집중지원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느냐에 있다. 지난해 대전시장 선거 때 거의 불가능하던 지지율격차를 박근혜지원에 힘입어 막판에 뒤집었던 ‘박성효의 기적’ 을 재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판세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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