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막론하고 정치의 기본은 정직이라고 배웠다. 역사에는 간혹 정직한 정치지도자가 등장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현실 정치에 그런 인물이 나타나는 일이 흔하지는 않는 것 같다. 동양인이 모두 요·순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 시대의 임금들이 모두 정직한 분들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자, 맹자가 뜻을 이루어 정치 일선에 설 수 있었다면 정직하게 백성을 다스릴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두 분에게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일본 전국시대의 거물들 -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이들도 모두 권모술수에 능하고 잔인무도했는데 그들이 모두 그런 인물들이었다는 사실을 역사의 기록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최근에 일본 총리를 지낸 하시모토나 오부치, 모리 그리고 고이즈미도 우리가 신뢰할 만한 정직한 지도자는 아니었고 오늘의 일본 총리 아베도 전쟁 중에 일본 군인이 강제로 끌고 간 위안부라는 이름의 억울한 여인들에 대하여 솔직하게 시인하며 사과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정직한 지도자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은 더욱 그렇지 않은가. 이승만, 박정희는 흘러간 시절의 지도자이었으니 빼놓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 그 중의 누가 과연 정직하고 진실한 지도자였는가. 본인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국민들 중에는 그들을 매우 정직한 지도자들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년 2월이 되면 청와대에서 짐을 꾸려가지고 그 집을 떠나야 할 노무현 씨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그가 간사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시인한다. 그러나 김대중 씨 못지않게, 김영삼 씨 못지않게 노무현 씨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노 씨는 간사하지 않은 반면에 어딘가 음흉한데가 있는 것 같다. 4년 남짓 대권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동을 짐작할 수는 없었다. 그는 ‘반미’도 아니고 ‘친미’도 아닌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미”인 것 같다. 그는 ‘친북’도 ‘반북’도 아닌 것 같은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친북’인 것 같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그의 태도도 내가보기에는 애매모호하다. FTA는 조국의 경제발정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날마다 벌어지는 반 FTA의 격렬한 시위는 막을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될 대로 되라는 것 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와서 안희정이라는 노 씨 측근이 노무현-김정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 지시가 노 씨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노 씨자신은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요새 와서 그는 “나도 정치인인데 남북정상회담을 해 보려고 상대방의 의사를 타진해 보았더니 신통치 않아 그만두었다. 그게 뭐 잘못된 일인가”라고 하였다. 얼핏 들으면 잘못된 말이 아닌 것 같지만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도 전혀 모르게 그런 흉계를 꾸미면 장차 역사에 지탄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노 씨는 자기 자신이 이 나라의 대통령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인가. 김대중 씨가 저지른 일도 언젠가는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노무현 씨는 미국 대통령 링컨을 가장 존경한다고 하면서 그에 관한 책도 한 권 냈다고 들었다. 나는 어느 해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군중대회에서 노무현 씨를 향해 제발 링컨을 존경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내가 한 말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링컨을 존경한다고 하는데 닮은 점은 하나도 없지 않소. 링컨은 어려서부터 별명이 ‘정직한 에이브’였으니 거짓말을 안 하는 아이로 소문나있었고 뒤에 변호사가 되건 하원의원이 되건 대통령이 되건 그는 일관하여 정직한 인물이었소. 내가 보기에 당신은 말 한대로 하지 않고 이랬다저랬다 하니 정직한 구석은 전혀 없소. 그 뿐 아니라 링컨은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포섭하는 능력이 있었지만 당신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모두 때려잡거나 멀리하니 링컨을 존경한다고 할 만한 자격이 없는 것 아니오. 링컨과 노무현, 두 사람의 닮은 점이 하나있다면 링컨은 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고 노무현은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이라는 한 가지 사실 뿐이오.”

지도자의 태도가 만사에 분명치 못한 것은 사리사욕을 탐내는 부정직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왜 좀 더 솔직하게 좀 더 분명하게 국민에게 말해주지 못하는 것인가. 미국에 대하여도 북의 인민공화국에 대하여도 좀 더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면 국민도 분명한 자세를 취할 수 있을 텐데. 모든 것이 흐리멍텅하니 국민은 갈 길을 찾기 가 어렵다. 거짓말 안 하는 정직한 지도자는 이 땅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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