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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성하고 쇠하는 이유

2007-04-11기사 편집 2007-04-10 17: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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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년 봄 몽골 유목민들은 몽골 고원 중부의 오논 강 발원지 부근 초원에서 테무친을 칸으로 추대하고, 그에게 칭기즈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과거 1000년 간의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역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내부 정비를 마치자마자 칭기즈칸은 대외 원정에 나섰다. 거침없이 사막을 가로질렀고, 눈보라를 헤쳤다. 인도와 페르시아를 지나 발칸반도를 손아귀에 넣었고, 러시아를 무릎 꿇렸다.

칭기즈칸은 제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정복 국가 사이의 상업을 지원하여 경제적, 문화적인 번영을 일궜다. 몽골은 송(宋)을 차지한 뒤에는 당시 매춘부나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지위의 상인과 예인을 관료 다음으로 우대했다. 흔히 칭기즈칸의 위대함은 역사상 최초로 문명과 종교의 벽을 허문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 탁월한 지도자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미래를 볼 줄 알았다. 마침내 후손들은 원(元)을 개국해 제국을 완성한다.

그런데 영원할 것 같던 몽골 제국도 쇠락의 길을 걷는다. 영토가 지나치게 넓어져 통치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는 정복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이동과 야성을 생명 삼은 유목 민족이,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기동성과 단순성,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하루에 수백리를 질주하던 유목인들이 결단을 미루고, 위험을 회피할 때 돌아온 것은 칭기즈칸의 우려 그대로였다. 그는 생전에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제국이 망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15세기 중반들어 세계는 대륙을 벗어나 대양에서 각축한다. 바다 끝에 벼랑이 있다고 믿던 시절, 겁없는 유럽인들은 폭풍우를 뚫고 수평선 너머로 나아갔다. 포르투갈의 항해 왕자 엔리케를 선두로 콜럼버스와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 등의 모험가가 뒤를 따랐다. 이른바 대항해 시대의 개막으로 유럽 번영을 알리는 전주곡이기도 했다. 이후 유럽 열강은 아프리카와 인도, 아시아, 중남미를 차례로 유린하며 무역으로 국부를 쌓고, 제국주의의 기틀을 다진다.

유럽이 발걸음을 딛는 만큼 점령지의 비극은 깊어갔다. 찬란하게 빛나던 아즈텍과 잉카문명은 하루아침에 무너졌으며 인디오는 노예로 연명했다. 강제 노동의 후유증으로 원주민 인구가 급감하자 아프리카 흑인들까지 인간이 아닌 상품으로 전락한다. 칭기즈칸이 이미 보여줬듯 바다라는 장벽을 넘어선 열강들은 수백년간 세계를 지배했다. 반면 마을 밖의 일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입장에서는 감내해야 할 운명일 따름이었다. 성(城)을 뛰쳐 나간 자와 성 안에서 안주하던 자들은 이처럼 서로 다른 세상과 조우했다.

분분한 해석과 논란이 계속되는 한미 FTA도 ‘개방’이라는 포커스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엄청난 충격파가 불가피한 농업 분야에 대한 배려와 어루만짐은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 낙관론자들의 전망과는 달리 FTA가 국익을 일방적으로 증진시키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거대 글로벌 시장이 신천지처럼 펼쳐지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면 자유무역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 변화로 인식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당장은 고통스런 선택이 되겠지만 좁은 땅덩이에서 뛰쳐나가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보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성 안의 역사’와 ‘성 밖의 역사’를 되풀이하며 써왔다. 구한말의 쇄국과 1960년대의 산업화가 대표적이다. 결과는 망국(亡國)과 한강의 기적처럼 극명하게 갈리곤 했다. FTA가 던지는 시대적 화두는 무한경쟁을 딛고 일어설 유목민의 기개와 항해 정신이다. 당당하게 링 위에 올라 누구와도 ‘맞장’ 뜨겠다는 도전과 모험 정신이다. 이제 비단옷을 벗어 던지고, 벽돌집을 깨야 할 때가 됐다. 자유무역이라는 날개를 달고 저 황야로 날아가지 않고서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겠는가.

송신용<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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