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에 관계없이 공무원은 여전히 국가의 기간(基幹)이며 사회를 지탱할 보루(堡壘)여야 한다. 공무원이 부정직하거나 공정성을 상실하면 사회 전체가 부패하게 되고 그것은 결국 나라를 결딴낼 수 있다. 때문에 안정된 지위와 함께 정직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받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에게는 ‘철밥통’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그 어떤 경우에도 지위가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화도 깨지고 마는가?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촉발된 퇴출바람이 전체 공무원 사회를 강타하고 있고, 그 바람은 공공기관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황당하기 짝이 없겠지만, 국민은 그 같은 결단을 내린 리더에 대하여 박수를 보내고 있다. 속이 시원하다고들 한다. 국민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이유는 앞으로 공무원으로부터 더욱 공정하고 친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동안 많이 당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공무원 조직 전체로 볼 때는 결코 손해나는 일이 아니다. 서울시의 경우를 보더라도, 부패하고 나태한 공무원 3%를 퇴출시켜 절대 다수의 선량한 공무원들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오히려 이익이 아닐 수 없다. 살아남은 공무원들은 보다 더 떳떳할 수 있다.

오늘날은 세계 시장경제로 상징되는 국가 간 초경쟁의 시대이다. 과거보다 다가올 미래에 힘을 더 집중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상이 요구된다. 과거 수백 년간 전해내려온 집단 이기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 풍토를 일소하고, 진실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주체로서 새로운 신화를 쓸 때가 되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신뢰받는 공무원상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 모든 일에 있어서 현장 위주로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경쟁력이 생기고 무엇보다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동안 우리 행정은 책상에만 매달린 나머지 막대한 자원낭비를 초래했다. 변화가 극심한 환경 속에서 탁상행정은 조직을 죽이는 암과 같다. 때문에 공무원 채용시험도 암기위주에서 벗어나 다차원적인 면접과 경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다양한 경력을 갖추고 변화 주도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일의 집행에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앞세워야 한다. 그동안 국민은 공무원의 자의적인 일 처리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 오죽하면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행정에 대한 국민고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을 할 정도일까? 때문에 공무원 평가에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 지표가 비중 있게 도입되고 이것을 체질화시키기 위한 교육훈련이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세금을 내는 기업과 국민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의식수준이 높아진 국민은 자신들이 행정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로서 공무원과 사회적 교환관계에 있다고 인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권위적일 수 있는 이유는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대우받기 위해서는 행정서비스의 독점체제를 깨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이 국민으로부터 존중받기 위해서는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에 대한 공복(公僕)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공무원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라가 건강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불고있는 퇴출바람은 공무원 사회가 깨끗하게 거듭나고 그에 따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안상윤<건양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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