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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도시를 매력적으로 바꾼다

2007-03-12기사 편집 2007-03-11 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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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중심이 되어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현대사회에서 미술관은 도시의 얼굴이다. 런던의 대영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파리의 퐁피두센터와 루브르미술관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도 2010년까지 북경 35개, 상해 75개 등 중국 전체로는 1000여 개의 미술관을 탄생시킬 예정이라 한다. 이미 미술관 선진국인 일본도 미술관의 숫자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우에노 근처만 해도 국공립 미술관이 7개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공공미술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동경의 오전 10시, 우에노 역은 출근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프랑스의 ‘오르세이미술관 소장품전’을 보기 위해 ‘우에노 국립미술관’으로 향하는 행렬이었다. 우에노를 벗어나 롯폰기로 들어서니 건축가 기쇼 구로카와(Kisho Kurokawa)의 최신작인 ‘신동경 국립미술관’의 개관기념전으로 ‘퐁피두센터의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외벽 전면이 유리판으로 연결된 초현대식 미술관의 건축 작품과 피카소, 칸딘스키, 미로 등 거장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려는 관람객으로 역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한편에서는 행정적 제한과 경기침체로 인한 운영비 삭감으로 다수의 미술관 운영이 어렵거나 현실성 없는 제도의 여파로 공공미술관이 운영난으로 민간에 위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는 한다.

일본의 재벌들은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고급 마케팅 차원에서 값진 미술품을 사들이고 이 소장품으로 전시관을 운영한다. 한편 소장품은 시간이 가면서 가격이 오르는 투자로서의 가치도 높다. 롯폰기에 일본의 부동산 재벌이 운영하는 ‘모리 미술관’은 건물의 제일 높은 52층, 53층에 현대 설치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평일에는 저녁 10시, 주말이면 자정까지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석유재벌회사의 ‘이데미츠 미술관’에선 일본전통 도자기에서 프랑스 화가 루오에서 노르웨이화가 뭉크의 작품까지 미술사를 총망라한 작품들로 관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외에도 생명보험회사의 ‘토고세이지 미술관’에는 그 유명한 고흐의 13송이 해바라기 작품이 세계 각지의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한 화장품재벌회사가 세운 ‘폴라 미술관’에는 드가, 고갱, 르누아르 등 최고의 소장품들로 그득했고, 이를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로 미술관은 넉넉하고 훈훈했다. 일본사람들이 미술관으로 다 모인 듯 착각을 받을 정도였다.

선진국의 도시들이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술관을 세운 결과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침몰해가는 광산도시를 미술문화로 살려보자는 취지하에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빌바오에 세운다는 획기적인 문화정책이 성공한 것이다. 현재 이 미술관이 지역경제에 공헌한 직접수입은 한 해 약 1억5000만 유로라 한다.

최근, 현대미술에의 집중적 투자로 새로운 미술의 메카로 떠오르는 상하이는 중국 최대 경제중심도시이자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사업으로 시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창조력을 끌어내어 미래의 역량을 키운다는 투자 측면도 있지만, 실제로 문화의 수준이 높고 창조성이 있는 거리에 사람도 기업도 모이고 그럼으로써 그곳이 국제사회의 중심이 된다는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즉 훌륭한 예술작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단순한 경제논리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이지호<대전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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