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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798 예술구역’

2007-03-05기사 편집 2007-03-04 16: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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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미술의 메카로 단연 인사동 지역을 꼽는다면 중국에서는 북경 차오양(朝陽)에 위치한‘798 예술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흘려보아도 한나절은 족히 걸리는 이곳은 중국 정부가 과거 군수·방직공장으로 사용되었던 방대한 건물들을 개조해 현재 170여개의 갤러리와 아틀리에를 유치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예술명소’가 되었다.

인사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사동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면 ‘798예술구역’은 지난 2000년 이후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예술 밀집지역이라는 것이다. 물론 첫 삽부터 정부가 주도한 것은 아니고 중국 최고의 미술학교인 중앙미술학원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계기가 된 것이지만 중국에서의 예술을 위한 구역 그것도 주로 서양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간이 국가차원에서 만들어 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시다시피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예술은 사회에 봉사를 목적으로 하거나 체제유지 등을 우선으로 삼아왔다. 때문에 개인의 예술적 이념이나 개성 따위는 그리 중요한 것이 못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러던 중국은 1980년대 덩샤오핑의 개방정책과 천안문 사태 등으로 당시 국외로 피신해있던 작가나 평론가들이 귀국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의 현대미술은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작업 경향은 대부분 자국의 체제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판적이어서, 섬뜩하기까지 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그들의 정신적 우상인 마오쩌둥마저 페러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때문에 이들의 작품이 중국내에서 전시된다는 자체가 체제 거부요 반항이었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확산으로 정부가 더 이상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아예 이들의 행동반경을 일정한 지역으로 한정하고 자유로운 비판을 묵인하는 일종의 멍석을 깔아준 곳이 바로‘798예술구역’이다. 다시 말해 종전 방식의 통제는 오히려 손길이 닿을 수 없는 지하화를 부추길 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탄생되어진 예술구역이 불과 4-5년 만에 국제적으로 급부상하게 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엄청난 관광 수입 뿐 아니라 중국을 보는 세계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이제는 제2, 제3의 예술구역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북경 인근에만 500여개의 갤러리가 더 생길 것이라고 한다. 덩샤오핑이 내 건‘흑묘백묘론’의 실체를 보는 것 같다.

현대 문화예술에 관한한 저급 대우를 받던 중국이 이제 예술을 이용한 국가 위상에 대한 수직상승을 꾀하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작가들의 위상 또한 급상승하면서‘묻지마’작품 구입 열풍이 부는가 하면 세계미술시장의‘로또’라는 표현까지 나오게 되었다. 물론 이 현상이 전통 뿌리 없이 중국적 이미지만으로 포장된 점을 들어 사상누각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 결과는 굴뚝 없이도 돈이 되는 산업으로의 예술이 경제와 등가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듯 중국이 소위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 예술가들에 대한 대접과 경제이익 창출을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예술구역을 건설하는 현장을 접하면서 우리에게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기를 제언한다.

특히 우리 대전, 충남 지역은 동북아 허브 중심을 꿈꾸고 있고, 문화의 거리 조성, 도립미술관 건립 등의 청사진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찬란한 5000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3 세계미술’취급을 받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는 종합예술구역 건설을 검토해 볼 당위성으로 작용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의 현대미술 출발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도 염두에 둘 일이다.

김윤진<건양대 조형예술학부 교수·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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