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는 봄이다. 3-4월에 걸쳐 전당 최대의 축제인 ‘스프링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도 3월22일부터 4월30일까지 스프링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오페라 ‘돈 조반니’를 비롯한 음악 11건, ‘깔리굴라 1237호’ 등 연극 2건, ‘봄의 단상’ 등 무용 3건, 모두 16건의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40일간의 공연을 위해 무대를 준비하고, 홍보하는 등 공연 운영을 이끌어야 하니 전당의 식구들은 새해 첫날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데 이 스프링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눈 여겨 본 관객들은 이 페스티벌이 조금은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다. 스프링 페스티벌은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지역 공연단체들의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 단체에게 참가 기회를 주는 축제다. 올해 역시 스프링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모든 단체는 대전 지역에서 활발히 공연하는 단체들이다.

최근 대전일보에도 보도된 것처럼 ‘문화의 볼모지’라 불리웠던 대전이 최근 몇년새 ‘문화도시’로 떠올랐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많은 공연들이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또 지난 여름 열렸던 ‘빛깔 있는 여름축제’는 총 관객 수가 2만 명을 넘어섰고 전당에서 자체 제작한 오페라 ‘마술피리’와 ‘아이다’도 큰 호응을 얻었다. 가을의 ‘뉴욕 필하모닉’ 공연, 겨울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등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처럼 점점 더 많은 청중들이 전당을 찾아주어 감사할 따름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같은 열기가 스프링 페스티벌까지 이어져야 할 텐데… ’ 라는 걱정이 앞선다. 페스티벌이 벌써 4년째 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공연단체의 공연이라면 그저 그럴 것’이라는 시민들의 편견 어린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프링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공연 단체들은 그 실력이 뛰어나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매년, 전년도 가을 페스티벌 참가단체를 공모하여 심사를 거친다. 이 심사를 통과한 작품만 페스티벌에 참가할 수 있다. 또한 참가작품 중 최우수 공연작품은 내년에 서울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엄선된 단체들의 공연이기에 공연 수준은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다. 참가작들의 다양성 또한 자랑할 만하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가 있는가 하면, 소극장 오페라도 있고 현대 창작 발레와 창작 연극, 마임도 공연된다.

2004년 스프링 페스티벌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페스티벌의 존속을 의심하는 시선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스프링 페스티벌은 타 지역 문예회관과 공연장이 앞 다투어 벤치마킹할 정도로 탁월한 기획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 지역 공연단체들만으로 이처럼 장기간의 페스티벌을 이끌어나가는 도시는 전국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은 예술단체들이나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언론이 앞장선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 시민들이 지역 단체의 공연 예술에 애정을 기울이고 호응해줄 때, 비로소 꽃 필 수 있다.

물론 세계적인 단체들의 공연에 비하면 미흡할 수 있겠지만, 대전 지역 공연단체들의 공연 수준은 날로 향상되고 있다. 이번 스프링 페스티벌 공모, 심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스프링 페스티벌이 진정한 지역 예술단체의 축제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다. 공연을 지켜봐주고 성원해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역 단체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후원이 아닐까?

우리 지역의 공연단체가 전국, 아니 세계적 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대전 공연예술 발전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지역 공연 단체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바라본다.<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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