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기업은 ‘세금 먹는 하마’로, 공기업 임·직원이나 공무원은 ‘철밥통’으로 비유된다. 풀이컨대 공기업은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이므로 세금 먹는 하마라 불릴만하다. 그런데도 신분상 불이익은 거의 받지 않으니 철밥통일 수밖에 없다. 책임을 통감하고 고민하는 이들이 어찌 없으랴마는 그저 그뿐이다. 이러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얘기가 되풀이된다. 공기업이란 조직의 성격이 원래 그렇고, 조직이 그러니 그 조직원의 공적인 행태 또한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일 게다.

공기업 만성적자 도마위에

요즘 대전시 산하 공기업이 이 ‘세금 먹는 하마’로 자주 빗대진다. 대전도시철도와 엑스포과학공원이 대표적이다. 세금을 쏟아 부어야 유지되는 버스준공영제와 도시고속화도로도 마찬가지다. 비록 공기업은 아니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런 공기업과 적자에 대해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는 사업에 대전시는 지난해만 560억원을 지원했다. 시민의 민원해결에는 예산타령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공기업의 실적이 이러한데도 공기업을 또 세우려는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 있다. 대중교통공사 설립이 그것이다. 대전시는 재작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후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도입 전에는 연간 40억원을 버스회사에 지원했다. 그러나 그해 지원액은 96억원으로 늘어나더니 작년에는 25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커졌다. 올해는 그보다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도입 전에도 이미 이같은 상황이 예견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적은 무시당했고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버스준공영제 도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국 버스준공영제는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급기야 바람직하지 않은 대책이 나왔다. 바로 요금인상이란 궁여지책이다. 인상논리는 수용자부담원칙이었다. 그렇다고 반대급부로 버스업계의 서비스가 개선됐느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시는 요금인상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버스업계의 원가절감 등 경영혁신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곧바로 공기업인 대중교통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비를 확보했다는 점이 문제다.

‘준공영제 효율화방안 및 대중교통운영기구 타당성 검토’가 이유다. 예산확보 과정에서 시의회가 반대하자 대중교통공사 설립목적은 아니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다. 하지만 ‘대중교통운영기구’는 무엇을 말하는가. 설사 대중교통공사가 아니라고 하자. 기구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되는지 의문이다. 반대로 그동안 ‘기구’가 없어 버스업계가 경영혁신을 하지 못했는가. 결국 세금 먹는 하마를 또 한 마리 들여놓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것도 아니라고 하자. 그럼 용역은 왜 의뢰하는가. 대중교통공사나 기구 설립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꼭 용역으로 확인해야하는가도 역시 의문이다.

성공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공기업이 마냥 ‘적자(赤字)’만 낳는 미운오리새끼는 아니다. 대구의료원이 그런 경우다. 만성적자를 벗어나 8년 연속 최우수의료기관상을 수상했다. 비결은 환자를 중심에 둔 경영혁신이다. 가까이에도 있다. 대전시가 일부 투자한 농협대전농산물유통센터도 비슷하다. 이 센터는 설립 이래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소비자는 왕’이라는 유통의 기본개념에 충실한 경영혁신에 힘썼다. 결과는 지난해 12억원의 흑자 기록이다. 대구의료원이나 농협대전농산물유통센터는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별도의 기구를 만들지는 않았다. 경영능력을 겸비한 전문인의 영입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공기업이나 세금이 투자되는 사업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사업에 걸맞지 않은 방만한 조직과 운영, 투명하지 못한 회계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낙하산 인사, 전문성이 결여된 공무원의 퇴로용 등이 특히 문제다. 혹시나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가 섞였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솎아내고 차단해야 마땅하다. 방법을 모르면 벤치마킹하고 자생력이 없다면 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있는 외부인사를 과감하게 영입해서라도 공기업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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