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탄부면 매화리에서 벼와 고추농사를 짓는 유제덕씨(61)는 1999년부터 매년 초 면사무소를 찾아 100만원 짜리 수표가 담긴 봉투를 슬그머니 내놓는다.

슬하의 2남 1녀를 모두 출가시킨 뒤 동갑내기 부인과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리는 빠듯한 형편이지만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못 배운 한을 달래기 위해 큰 맘 먹고 시작한 사업이다.

1000만원의 장학기금 조성을 목표한 그는 한꺼번에 몫 돈 만들기가 만만찮자 10년간 매년 100만원씩 분납하는 방법을 택했다.

올해도 어김 없이 면사무소를 찾아 수표 한 장이 든 봉투를 전달한 그는 “가난 때문에 중학교 문턱조차 못 밟은 한이 응어리졌다”며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 뒷바라지에 값지게 쓰이기 바란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부면사무소가 대신 개설해 관리하는 통장에는 현재 이자를 합쳐 1100만원의 종자돈이 적립됐다.

면(面)에서는 이 돈을 10년 전 출향기업인 제환명씨(57)가 내놓은 2500만원과 합쳐 면민 장학기금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장세종 면장은 “2년 뒤에 유씨의 순수 기탁금이 1000만원으로 늘어난다”며 “주민자치위원회와 협의해 그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 설립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유씨가 이름내기를 꺼려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보은 =육종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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