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3수생의 앞날 걱정

정치권 大選밖에 안보이나

며칠 전 만난 한 지방대 졸업생의 탄식이 귓전에 맴돈다. 대학을 졸업한지 2년 자칭 ‘취업 3수생’ 으로 벌써 나이가 내후년이면 서른인데 직장을 못 구하고 지내는 ‘백수’생활이 이제는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낸 이력서만 해도 1백 개가 넘지만 어느 한곳 일하러 오라는 연락을 해온 곳이 없어 이젠 포기하고 산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화이트칼라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생산현장의 문도 두드려 볼만 하다고 충고하지만 쓴 웃음을 지으며 듣고 넘긴다고 한다. 입사원서라도 내 볼 변변한 기회조차 없는 지방대 졸업생에게는 그런 충고마저 사치로 들린다.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몇몇 대학 졸업생들이야 골라서 취업을 하는지 몰라도 지방대 출신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눈높이를 낮춰 지방의 중소기업에라도 도전해보려 하지만 도대체 채용을 하는 데가 없을뿐더러 한두 명 씩 뽑는 곳도 그나마 신입사원이 아니라 곧바로 현장에서 활동할 경력사원을 더 선호한다. 생산현장에서는 대졸출신들은 반기지도 않는 곳이 더 많다.

그가 졸업한 지방대 인문계열의 같은 학과 동기생들 중 취업한 친구는 한명도 없다. 일자리를 찾다 포기하고 아버지 일을 돕고 있는 친구가 있어 자기네들끼리는 그 친구를 ‘취업’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을 한 젊은이들의 성공담이 큰 화젯거리로 다루기도 하지만 나머지 낙방생들은 그 성공한 젊은이의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자괴감에 오늘도 고시촌이나 독서실에서 취업정보 사이트를 열심히 돌아다니거나 신문을 뒤적이며 채용공고를 찾고 있다. 신문에서는 취업사정이 좋아진다는 전망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걱정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소식뿐이니 올해도 직장구하기는 물 건너가는 게 아닌지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취업이 절박한 젊은이가 한둘이 아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파간 정치싸움에 경제도 민생도 실종...’. 한두 번 들어본 얘기가 아니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정치권의 각성을 다시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어 온 나라가 정치에 매달릴 것이며 경제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경제상황과 관련해서 나오는 전망들은 모두가 ‘빨간불’, ‘침울’ 등의 부정적인 것뿐이다. 경제 걱정 한다는 사람들이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정치적 승부수에만 골몰하고 있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부동산 빼고는 큰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며 개헌과 같은 정치성 의제만 불쑥불쑥 던지며 그렇지 않아도 갈등으로 얼룩진 나라를 대결국면으로 몰아넣는다. 여당은 방향타를 잃고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지 궁리만 하고 있다. 야당과 대선주자들은 장기적인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 보다는 오로지 대선에서 승리, 정권 획득을 위한 전술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대선전에 들어가면 너나없이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각종 장밋빛 청사진을 수없이 제시하고 포퓰리즘에 기댈 요량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 개발정책을 마구잡이로 쏟아낼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그렇게 `경제 목청`을 높이는 동안 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질이나 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데 비해 세계경제는 희망적 전망 일색이다. 전세계 기업체의 최고경영자 90%가 향후 사업 전망을 ‘좋다’라고 대답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지런히 뛰어도 경쟁에서 뒤쳐질까 걱정인데 우리의 지도자들은 제 살 길만 찾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허송세월하는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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