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코트의 마법사 세터

만약 삼성화재에 최태웅이라는 걸출한 세터가 없다면 레안드로의 공격력이 빛을 발할까. 지난 13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다리에 경련이 발생한 최태웅을 벤치에 불러 들였다가 다시 기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세터의 능력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세터는 6명이 승선한 배의 선장이나 다름없다. 세터는 눈이 빨라야 하고 머리회전이 뛰어나야 한다. 상대팀과 자기팀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도 놓쳐서는 안된다. 상대팀이 서브를 넣을 때면 세터는 뒷짐을 진 채 손가락을 이용해 다음 공격 전술을 알린다. 보통 7-8개의 공격전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데 가장 큰 목적은 상대의 블로킹을 피해 상대진영에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세터는 리더십도 강해야 한다. 배구는 리듬을 타는 운동이다 보니 팀이 상승세일 때는 불을 더욱 지펴야 하고,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는 파이팅을 외치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세터는 공격수의 스타일에 맞춰 공을 배급해야 한다. 선수시절 세계 최고의 컴퓨터 세터라는 별명을 얻었던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어느 상황에서도 각 선수들의 입맛에 딱 맞는 공을 올려주었다.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공의 속도나 높이까지도 한 치의 오차없이 조절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세터라고 하면 단신 배구선수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보통 180cm되지 않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프로배구 코트를 누비는 세터들을 보면 공격수로 오인할 정도로 키가 크다.

현대캐피탈의 권영민 세터는 키 190㎝, 점프력 70㎝로 공격수로 활용해도 될 법한 큰 키로 블로킹도 곧잘 잡아낸다. 현역 최고의 세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태웅도 키가 185cm에다 점프력이 80cm나 된다.

이처럼 세터들의 키가 과거에 비해 10cm정도 커 진 이유는 무엇일까. 키가 크면 빠른 토스를 필요로 하는 속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세터들의 키가 작아 ‘블로킹 구멍’이었지만 요즘 세터들은 큰 키에 점프력까지 갖춰 센터진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V-리그 시작전 우승후보로 떠올랐던 구미LIG의 성적이 나쁜 이유도 세터와 공격수와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배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黃陳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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