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 짓을 했으니 때리지 않았겠어?”, “신혼집 얼마짜리 안해주냐 딸랑딸랑 대드니까 몇 대 쳤겠지”, “가장 문제는 옆에서 난리친 장모라니깐….”

새해 벽두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탤런트 이민영·이찬 커플의 가정폭력 사건과 관련, 한 식당에서 이 소식을 접한 남성들의 대화 내용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이틀만에 이혼한 것도 뉴스거리인데 남편의 폭행에 아이가 유산되고, 코뼈가 부러져 접합 수술을 했다니, 그리고 그 폭력이 결혼 전부터 상습적이었다니 이만큼 쇼킹한 뉴스가 더 있으랴.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만큼 더 놀라운 것은 식당에 있던 남성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대부분 “맞을만 했으니 맞았다”며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모든 게 여자 책임이라는…. 어느 누구 하나 “얼마나 아팠을까?”, “어떻게 코 뼈가 부러지고 유산될 정도로 여자를 패나?”, “딸자식 둔 부모 마음이 오죽했을까”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개그우먼 이경실이 남편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아 입원했을 때나, 탤런트 최진실과 개그우먼 김미화가 남편의 폭행으로 이혼에 이르렀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

물론 이민영·이찬 사건만을 볼 때, 신혼집·혼수 등을 둘러싼 양가 집안의 갈등 등 가정폭력 외에도 문제는 많다. 그래서 어떤 남성들은 이민영과 그의 어머니를 돈만 아는 된장녀로 몰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성들이여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알자.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가정 폭력’이다. 물론 남의 가정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함부로 왈가왈부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사실이 있다면 어떠한 경우든 폭력이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만일 여성쪽에서 거액의 신혼집을 요구했다치자. 그렇다고 임산부를 걷어차 유산시키고 코가 부러지도록 때려도 된단 말인가.

당신의 사랑하는 딸이 혹 아끼는 여동생이 이같은 비운을 겪었다면 어떨까. 그때도 당신은 “맞을만 하니깐 맞았겠지”라며 상처투성이인 여성을 또 한번 죽일 셈인가. <문화팀=千智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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