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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잘돼야 지방도 잘된다고?

2007-01-03기사 편집 2007-01-02 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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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 라인에 살면서 가깝게 지내던 분으로부터 저녁을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 분의 딸이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서울의 명문대학 수시전형에서 합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이웃들과 ‘합격 턱’을 먹으며 그 여학생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 학생은 대학에서 전공하게 될 외국어를 바탕으로 유엔(UN) 사무국 및 산하 전문기구 같은 곳으로 진출할 포부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을 계기로 젊은 인재들이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 진출해 국가와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 국력과 경제력에 비해 유엔 등의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직원 수가 적다는데 이런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여러 모로 나라에 좋은 일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올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정국에 시동이 걸리면서 신문지면에는 정치관련 기사들이 도배되고 있지만 수험생이나 고교생을 둔 집안에서는 이렇듯 대학입시가 최대 관심사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누구나 자녀를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이나 외국의 유명대학으로 진학시키고 싶어 한다. 자녀의 실력과 경제력 모두 뒷받침되면, 아니 경제력 하나만 갖고 있어도 대부분이 이를 시도한다. 누구나 자기 자녀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탓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명문대학에 진학한 자녀가 학업을 마친 후 지방인 고향에 돌아와 정착하는 것 역시 바라는 부모는 없거나 아주 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우선 지방에는 번듯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가 되어도 서울에 비해 수입이 적고 지명도 면에서도 뒤떨어지게 된다.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는 지방에 정착하는 순간 어느 것이든 2류, 3류가 된다. 무슨 수를 쓰든 서울에 남아야 일류가 될 수 있다. 본래 실력과는 관계없다. 지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를 극복하고 일류로 인정받기 힘들다. 경제개발과정에서 모든 게 서울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아니 헌법재판소 판결처럼 서울이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우리나라 수도였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일류인 것들만 가진 곳이었기에 고착된 문화체계왜곡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어느 곳 할 것 없이 모든 지방이 이런 천형(天刑) 같은 왜곡구조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고 각종 인프라를 증설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행정도시와 국토균형발전정책이 추진되고 수도권에 있던 기업을 중국 등지에 빼앗기게 되자 수도권 옹호론자들은 수도권규제를 풀라고 재촉하면서 수도권이 우선 잘 되어야 지방에도 과실이 나누어지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수도권만 잘 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는 지난 40여 년간 보아 왔다. 그걸 다시 감내하고 살라는, 해괴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도 잘 되고 발전하려면 지방에도 인재가 있어야 한다. 물론 서울로, 외국으로 진학한 인재들이 모두 고향에 돌아올 필요는 없다. 학업성적 우수한 사람만이 인재는 아니다. 또 도시가 형성되어 커지면 타지에서 유입된 인구 중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이 능력을 발휘하려면 우선 질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지역사회 발전전략이 마련되려면 열린 의사소통구조도 필요하다. 경제개발 초기단계 때처럼 특정지역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국토개발전략을 다시 읊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다.

때문에 지난달 중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년(올해) 상반기에 기업이나 학교, 국민들이 서로 지방에 가겠다고 할 정도로 과감하고 획기적인 제2 지역균형발전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는 말에 다시 주목하게 된다. 그동안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스런 과정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왜곡된 이분법적 구조를 단기간에 바꿀 힘을 가진 곳은 중앙정부뿐이기 때문이다.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하겠다니 한 번만 더 속는 셈 치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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