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충남의 한 수산업협동조합 전·현직 조합장 형제가 3년이 넘도록 100억원대의 면세유를 빼돌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충격을 줬다. 이 형제는 대물림을 통해 수협을 좌지우지했고 ‘황금알’과도 같은 면세유 사업에 손을 대 10-20억원대의 막대한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어민 68명도 이들이 주도한 ‘사기극’에 동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평생 바다와 함께 해온 선량한 어민들에게 실음을 안겨주기도 했다.

요즘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어민들은 자원 고갈과 치솟는 기름값,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빠듯한 생활을 이어간다고 한다. 배를 몰고 나가도 하루에 버는 수익이 10만원을 넘지 않으니 이들이 받았을 충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번 사건을 맨 처음 신고한 사람은 ‘선량한 어민’이었다고 한다. 이미 수협의 기름 빼돌리기가 어민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보다 못한 어민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것이다.

이른바 가짜어민들은 어선 운영을 위해 지원된 면세유 전표를 수협과 관계된 조직에 넘겨주고 하루 일당에 가까운 ‘5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전표가 범죄에 악용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일을 하지 않고 5만원을 손에 쥐었으니 이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어민들을 유혹해 수십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수협조합장, 판매책과 이들의 범죄에 가담한 어민들의 도덕 불감증이다. 사회 전반에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조그만 어촌에까지 이런 의식이 번진 것이다.

이번 일은 연일 수억, 수십억원대의 범죄자들이 언론에 비쳐지면서 몇만원 쯤은 범죄 축에도 끼지 못하다는 안일한 생각이 사건의 단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땀 흘려 일하는 서민들이 일부 ‘도덕불감증’에 걸린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기를 기대해본다.<사회부 사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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