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와 친분이 두터운 선배가 아파트를 팔았다.

시골출신인 선배는 워낙 부지런하고 답답한 것을 싫어해 아파트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단독주택에 살기를 원했다.

대전의 이곳 저곳을 저울질 하던 선배는 결국 서구 변동 목운주택 마을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도솔산과 월평공원 밑자락에 위치해 자연환경과 공기가 좋은데다 도심과도 멀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주거환경의 혜택을 안고 있는 목운주택 주민들이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지역을 상향조정 하고 건축물 높이 제한을 해제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마을 북쪽 내동쪽으로의 진출입로를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고도제한은 자연경관 보전과 양호한 도시경관 확보로 삶의 질 향상과 쾌적한 주거환경 보호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후손에게 녹색의 푸른도시를 물려주자는 대의를 품고 있기도 하다.

보문산 공원과 서울 남산, 광주 무등산, 제주 한라산, 전주, 군산시 등에서도 이같은 이유로 고도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고도제한 해제와 아파트 건립을 위한 용도지역 변경은 결국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인한 도시의 회색화와 도시경관 파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삶의 질과 조망권 상실, 주거환경의 쾌적성 하락은 물론 토지, 도로, 학교 등 도시기반시설 확보 문제 등도 감안을 해야 할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노인은 “이곳으로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작지만 등산로 사이사이 계곡물이 흐르고 숲도 울창해 정겨운 시골냄새가 곳곳 묻어났다”며 “아직도 그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모든이들의 생각이 같을 수 없고 어느쪽에 우선 가치를 둘 것인지는 각자의 가치관과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만 현장을 취재한 후 씁쓸한 뒷맛을 거두기는 쉽지 않았다.

대전에 몇 남지 않은 천혜의 전원주택 마을에 메스가 가해질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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