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에서 차량이 마주친다면 누군가는 양보해야 한다. 서로 으르릉대며 경적을 울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물론 상대방이 먼저 양보를 해야지 왜 내가 양보해야 하느냐며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다면 골목길 교통상황은 점점 심각한 정체를 빚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런 경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배기량이나 운전자의 완력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 초 출범을 앞두고 실무준비가 한창인 충남도장애인체육회가 사무국장 자리를 놓고 특정 구성원간 알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로 상대방을 헐뜯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하지만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감정섞인 말들이 오가며 위원회 전체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 일쑤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두 대의 차량이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경적만을 높이는 형국이다.

기득권을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는 가운데 새로운 감투인 사무국장 자리에 앉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쪽이나, 대의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결국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려는 듯한 모양새를 계속 연출해 오해를 자초한다면 어느 누구도 장애인체육회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출범도 하기 전에 밥그릇 싸움부터 벌이는 것으로 밖에 생각 안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동안 한국의 장애인 행정과 정책이 장애인들에게 항상 받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길들여 놓은 탓에 이들이 서로의 의견을 들어주고 한발씩 양보하는 문화가 태동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정부가 장애인에 대한 생산적인 지원보다는 당장 우는 아이를 달래는 데만 급급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만을 탓할 수 있을까? 분명 지금의 장애인단체는 받는데는 익숙해져 있고 내놓는데는 인색해져 버렸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패 중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상대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林柾환<교육문화체육부 스포츠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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