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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품질정신과 선진국

2006-12-25기사 편집 2006-12-24 14: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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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 상





내 나이 정도의 사람들에겐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되던 시절부터 2만 불을 바라보는 시대를 삶으로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들려줄 얘기도 많고 부탁할 얘기도 많다. 헐벗고 굶주리던 50년대를 지나 1964년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제정하고, 연 100억 불 수출을 꿈으로만 바라보던 시기에서 올해는 3000억 불 수출로서 세계 12위의 나라가 됐다.

이런 성과를 여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 같은 경영학 교수는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품질정신에서 설명하고 싶다. 수출해서 돈을 잘 벌어오는 상위 10개 품목만을 보더라도 대기업의 제조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 반도체, 통신기기, 조선, 전자, 화학제품 등이다. 이렇게 세계 1등 제품이 점점 늘어났는데 이들은 모두 대기업 생산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이다.

제조기업의 생산 현장을 유심히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왜 1등 제품이 되는지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제품이 만들어 지는 차례 차례의 공정에서 제품가치가 어떻게 더해지고 품질이 어떻게 좋아지는 지의 원리를 보면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중요한 정신이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내가 하는 작업에서 그 다음의 작업자(때로는 자동화된 기계)에게 결코 불량품을 내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새 자동차 한 대가 고객에게 이르기까지의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최초의 원료에서부터 수십만 번의 공정을 거쳐 수만 개의 부품이 만들어지고 조립된다. 그중에 단 한 번이라도 불량이 발생해서 다음 작업으로 넘겨진다면 이를 찾아 고치는 데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러므로 다음 작업자에게 결코 불량품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기업은 사활을 걸고 교육과 훈련과 실습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나라 기업경영의 품질정신이고 일류제품들은 이미 앞서갔던 외국기업을 따라잡고 품질 왕국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품질정신이 사회 곳곳에 확산되지 못하고, 더욱이 품질정신을 알아주기는커녕 반 기업정서만 확산되는 점에 대하여 서운함과 함께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 지구 위에서 선진국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선진 시민이란 여러 가지 뜻이 있겠지만, 우선 경제적으로도 궁핍하지 않고 주위로부터 인격적인 대우와 존중을 받는 사회라고 말 할 수 있다. 내가 귀하게 살고 귀하게 대우 받기를 원하듯이, 다른 사람도 귀하게 대우하는 사회가 곧 선진 시민사회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대우 받기를 원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대우해주는 데에는 훈련이 부족한 사회라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예로써 언어로 표현하는 ‘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와 같은 말은 초등학교에서부터 큰 소리로 연습을 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질서를 지키기 위한 연습이라든지, 공부했던 교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습관도 반복해서 훈련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시민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과 교양과 예절을 습관으로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선진사회의 중요한 척도는 자동차 운전과 관계가 깊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일찍이 운전에 대한 습관, 차창 밖 쓰레기 안 버리기, 주차 방법 등을 공부와 습관으로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쓰레기 처리 문제에서 철저한 분리 배출이야말로 다음 공정에 완벽한 품질을 넘겨주는 것이고, 피서철 행락질서의 유지와 깨끗한 처리는 그 동네 사람들이나 지방자치단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 품질정신이다.

기업이 완벽한 품질을 다음 공정에 넘겨주듯이 우리의 삶에서 행동과 언어 하나하나가 주위 사람에게 폐해를 주어서는 아니 되는 선진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일찍부터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와 질서를 반복해서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엄마 품에서부터 유치원 대학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인 훈련만이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첩경이라 생각한다.

<목원대 사회과학대학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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