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이월순 할머니 투병중 내일 시집 출간

60대에 문학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가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한 데 이어 고희(古稀)를 맞아 동시집을 출간해 화제다.

이월순씨(70·진천군 진천읍 신정리·사진)는 고희를 맞는 23일 그동안 써온 동시를 책으로 엮은 ‘바보 같은 암소’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녀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초.

골다공증으로 병원에 두 차례 입원하는 등 외출을 제대로 못하던 그녀는 바깥 소식을 듣기 위해 당시 우체국에서 무료 인터넷 교육을 받은 뒤 문학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뒤 창작활동에 매달려 그해 12월 첫 시집인 ‘풀 부채 향기’를 펴냈다.

시, 수필 창작활동에 한창 재미를 붙여갈 즈음인 1999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왼쪽 팔, 다리가 마비됐지만 책과 연필을 손에서 놓지 않고 글쓰기를 계속했다.

2000년 1월 수필 ‘바로잡은 자리’로 ‘세기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병마와 싸우는 60대 할머니가 수필가로 등단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해 8월 두 번째 시집 ‘내 손톱에 봉숭아 물’을 출간했고 이듬해 2월 ‘월간 세계문학’을 통해 ‘낮잠’, ‘세월’, ‘호수’ 등 동시 5편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한 데 이어 동서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1-2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몸에 마비현상이 와 수시로 물리치료를 받고 뇌경색 치료약을 매일 먹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못하지만 그녀의 문학활동은 어느 젊은 작가 못지 않다.

맥심문학회, 한국문인협회, 진천문학회 등 7-8개 문학회 동인으로 참여하고 20여개에 육박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수필, 시, 동시만 해도 600여편이 넘는다.

그녀의 시와 수필은 즐거웠던 유년시절, 가정을 꾸려가며 아내, 어머니로 겪는 여자들의 아픔과 고독, 쓸쓸한 노년 등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동시는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을 하나, 둘 꺼내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가는 듯한 잔잔하고 편안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동시집에도 암소와 겪었던 기억을 더듬은 ‘바보 같은 암소’ 등 아름다운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87편의 동시가 실려있다.

그녀는 “뒤늦게 나마 문학을 알게 해준 하나님에게 감사한다”며 “메마른 도시환경에 파묻혀 시간에 쫓겨 다니는 삭막한 시대의 어린이들이 옛날 할머니의 동시를 보면서 잠시나마 여유의 시간을 가져보길 소망하며 동시를 지었다”고 말했다.<鎭川 =吳仁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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