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전시)이 신문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공연이나 전시를 개최하는 입장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행사를 알리고 싶은 마음. 누구나 같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 말 만큼이나 자주 듣게되는 말이 또 있다. “그거... 팸플릿에 다 나와 있쟎아요. 팸플릿 읽어 보시면 돼요.”

예술가에게 작품 의도나 행사 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종종 듣게되는 답이다. 팸플릿의 ‘작가노트’나 ‘모시는 글’에 다 적혀있는데 귀찮게 뭘 물어보냐는 것이다. 불성실한 취재태도에 대한 불쾌감도 있지만,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빠진 것 같아 씁쓸해지곤 했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관객에게 배포된 한 발레 공연 팸플릿. 그러나 팸플릿의 부실한 정보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간단한 인사말과 출연진 사진, 그리고 공연 제목만 달랑 적은 순서가 전부였다. 1부 ‘호두까기 인형’, 2부 ‘돈키호테’, 3부 ‘라 비방디에르’, 4부 ‘지젤’…. 작품에 대한 기본 설명 한 줄 없이 작품명만 적혀 있었다. ‘라 비방디에르’가 어떤 의미인지 ‘지젤’은 어떤 내용인지 단 한줄의 해설도 없었다. 물론 발레를 전공한 이들은 다 알리라. 하지만 그 공연은 시민을 위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팸플릿은 관객들이 1차적으로 대면하는 공연 내용이자, 작품의 이해를 돕는 설명서다. 전문인의 발표회가 아닌 대중을 위한 공연이었기에 더 친절했어야 했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많은 관객이 자신의 작품전에 찾아와 주고 공감하길 바란다. 하지만 대중을 향해 다가가려는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물론, 예술가가 너무 대중성에 치우쳐서도 안되지만 자신만의 예술로 그치지 않으려면 관객과 조우하고 호흡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적극적 홍보 마인드가 필요하다. 언론 보도에 대한 욕심만큼 자신의 작품의도를 당당하게 얘기할 줄도, 친절하게 설명할 수도 있어야 한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자신의 작품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열의에 찬 예술가들의 눈빛을 마주하길 바란다. <문화팀=千智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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