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쟁력은 천연자원과 자본,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선 사람이 유일한 자산일 뿐이다. 경쟁력 있는 인재육성과 적재적소 배치만이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경쟁력 있는 인재육성이 선택 아닌 필수 요소인 것이다. 21세기는 인재 한명이 10만 명, 10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천재를 키우지 않고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평준화가 私교육비증가 주범

이제 세계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경쟁’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 평준화에 매달려 엘리트 인재양성을 소홀히 해온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73년 도입된 고교평준화정책이다. 당시의 명분이야 그럴듯했다.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풀어줘 학교를 정상화시키고, 망국적인 과외병을 잡는다는 게 취지였다. 학생의 무작위배정 등으로 그간 학교격차 해소와 입시위주의 과열교육을 얼마나 바로 잡았는지 모르겠다.

별 효과 없이 30여년을 이어왔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하향평준화와 교육의 질적 저하만 가져왔다고 말한다. 교실 안에서의 공교육은 무너졌고 교실 밖의 사교육만 번창해 왔을 뿐이다. 입시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전쟁을 방불케 하고, 중고교는 물론 초등학교, 유치원생까지 학원에 의존할 정도로 공교육은 무너지고 있다. 이에 더해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로 유학이나 연수를 보내고 있다.

이 모두 고교평준화정책이 빚은 결과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사교육비는 국방비와 비슷한 21조5천억 원이며 조기유학비용까지 포함하면 27조원을 넘는다. 이는 GDP의 3.4%로 단연 세계 최고다. 이웃 일본(1.2%)보다 2.8배 높고 미국(2.3%)보다도 훨씬 많다. 우리의 공교육비 지출비용은 4.8%로 OECD국가평균인 4.6%와 비슷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대한민국이 ‘학원공화국’소리를 들을만하다.

그리하여 학원 강사는 최고의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고, 연봉이 10억-20억 이상의 스타강사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모두 평준화정책의 여파다. 최근 심각한 사회현안이 되고 있는 부동산광풍도 주원인이 교육문제에서 빚어졌고, 고교평준화 정책의 부산물에 다름 아니다. 평등화와 평등교육은 인류가 추구해야할 주요가치의 하나임에 틀림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교육이념일 뿐이다. 현실과 맞지 않고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경쟁교육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따라서 고교평준화정책은 근간을 깨뜨려야 한다. 마침 서울시교육청이 중학생의 고교선택권을 크게 넓히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 학생이 4개교를 지원할 수 있게 했다. 획일적인 평준화를 보완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다. 이미 부산 등 몇몇 대도시에서 실시중인 방안이다. 수요자인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소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고교평준화 이젠 폐지할 때다

고교평준화정책이 한국교육의 가장 큰 병폐로 드러난 만큼 하루 빨리 폐지해야한다. 당장 불가능하다면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 설립을 통해 학교선택권을 더욱 확대해야한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부터 지역교육청과 협의해 특수목적고설립을 억제하려하고 있으니 문제다. 그나마 평준화의 폐해를 줄여준 게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인데 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사립고만이라도 자립형사립고로의 변신을 과감히 허용할 일이다.

고교 선택권을 이미 크게 확대한 지역의 고등학교가 크게 발전하고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학교 간 경쟁으로 학교와 교사의 노력이 배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전국 초중고교장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90% 이상이 현행평준화를 폐지하거나 특수목적고 등을 통해 보완해야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치열한 경쟁으로 단련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에서의 무한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평준화의 틀을 깨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