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에는 명문대학이 와야 한다. 그래야 행정도시도 살고, 지역도 발전한다. 나아가 국가도 산다.

그런데 한국의 명문대는 대부분 서울에 있다. 행정도시에 명문대가 와야 한다는 것은 서울권대학이 와야 한다는 말과 그래서 같다. 단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통칭 명문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이지, 서울에 있는 대학과 이름이 같은 지방대(분교)는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권대학이 잉태와 출산을 거듭해서 만든 지금의 분교가 본교에 버금가는 명문대가 됐다는 증거는 없다.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징후도 없다. 교수가, 학생이 못나서가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행정도시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명문대가 와야 하는데 진짜 명문대는 오지 못하는 슬픈 현실. 행정도시 대학설립 논란을 보며 한 교수는 “행정도시의 슬픈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만약 행정도시에 서울대나 고려대, 연세대의 ‘본교’가 이전한다면? 행정도시는 눈부시게 발전할 것이며 지역도 반사이익이 클 것이다. 수도권은 숨통이 트이고 국가균형발전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일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명문대가 오지 못하면 명문대를 만들면(신설이 아니다) 된다. 서울권대학이 애초부터 명문대였던 것은 아니다. 대전과 충남에 있는 대학이 처음부터 서울에 있었다면 이들 대학 가운데 몇몇은 명문대가 됐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행정도시를 건립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단 대학 만의 얘기가 아니다.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에 있어야 ‘명문’이 되는 기형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자는 게 행정도시 건립 취지가 아니었던가.

행정도시 대학설립에서 핵심은 국립대가 입지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다. 진정으로 행정도시와 지역, 국가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대학이 당당히 들어설 수 있느냐다. 이 역시 갈수록 요원한 일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金亨奭<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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