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대우로 프로에 데뷔한 미셸위가 곤경에 빠졌다. 여러차례 남자대회(PGA)에 나섰지만 지난 5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을 제외하고는 모두 컷오프됐다. 여자 대회(LPGA)에서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런 미셸위를 두고 한 칼럼니스트는 “쇼핑몰에 자유스럽게 풀어놓은 어린아이같다” 는 의견을 냈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점잖은 지적이었다. “경쟁을 거치지 않고, 스폰서의 초청덕에 이름을 날리는 선수 아닌 선수”라는 비아냥에서부터 ‘사기꾼(fraud)’이라는 험담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프로는 프로답게 실력 입증해야

프로가 프로로서의 실력을 입증하지 못할 때 팬들의 반응은 혹독하다.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대만대표팀과 일본의 사회인 야구팀에 연패한 우리 야구국가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매서운 질책도 그 중 하나다. 대다수 국민들은 선수 개개인의 높은 연봉과 지명도를 볼 때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었다. 월드베이스 볼 클래식( WBC)에 이은 정규시즌과 코나미컵, 그리고 이번 대회 출장으로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은 논외였다. 몸값에 걸맞은 능력은 정규시즌에 한해 비례하며, 국제대회의 성적과 몸값은 별개라는 말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셈이다.

사정이 어찌됐든 자신의 이름값을 해내지 못하면 프로선수들의 생명은 끝이다. ‘프로’, ‘달인’ 등으로 자신들을 포장하는 정치인들의 생명도 마찬가지다. 삶의 질 향상과 안전의 확보, 그리고 욕구의 충족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민들은 에누리 없이 그들을 심판한다. 정부 역시 여러 분야에서 국민들의 준엄한 평가를 받고 있다. 5일 정부는 사회통계조사 결과라는 형식으로 성적표를 받았다.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이 10명 중 3명에 불과하고 일생동안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절반이상이 부정적이었다. 그런가하면 젊을수록 적성이나 취미보다는 안정성을 직업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한마디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 절반넘게 희망 포기

이처럼 참담한 결과가 나온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적으로 꼽히는 것이 대통령의 용병술이다. 자기편만을 고집하다보니 유능한 사람들이 설자리를 잃었다. 산재한 1등 인재들을 2등 인재로 활용하고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경청의 부재도 빼놓을 수 없다. 밑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정보를 제시하더라도 리더가 그 가치를 모르고 무시하거나, 듣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매년 ‘생각하는 주간(Think Week)’이라는 휴가를 갖는다. 이 기간동안 그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직원들의 ‘모든’ 제안을 빠짐없이 읽어보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노력한다. 세계 최대의 기업을 유지하는 비결이, 다름아닌 “입을 조금열고 귀를 열어 놓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통령과 정부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법이나 사고의 발상과 전환 등도 논란거리다.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해 오던 행동 스타일을 습관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저항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집단 사고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때는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지식이나 문화, 사고 방식을 가진 이질적인 인재를 채용하여 창의적인 마찰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극이 시의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독선으로 일관한다면 치명적인 독이 되고 만다. 그런 현상을 우린 지금 목도하고 있다.

현정부가 아마추어적 국정운영에서 벗어나 프로다움을 보여줄 시간은 이제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민심이 떠나고 당마저 분열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민생과 화합을 위한 승부수를 과감히 띄워야 한다. 그렇지만 날은 저물고 갈길은 너무도 먼듯(日暮道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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