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소고기 국물 쫄깃한 면발… 일품

중국인은 ‘란저우’하면 ‘우육면(뉴러우멘)’을 떠올린다. 중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면서 란저우의 가장 유명한 대표음식이다. 우리말로 하면 ‘육개장면’쯤의 번역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맑으면서 얼큰한 소고기 국물에 쫄깃한 면이 담겨 나온다. 어쨌든 란저우에 와서 현지 뉴러우멘을 먹지 않고 간다는 것은 전주에 가서 비빔밥을 먹지 않는 것과 같다. 더구나 중국 서북지역의 건조한 기후에 얼큰한 국물이 자박자박한 뉴러우멘 한 그릇은 후회 없는 선택이다.

아쉽게도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유명하다는 뉴러우멘 음식점들이 모두 문을 닫았단다. 밤 10시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하지만 아직 문을 연 곳이 있을 것이란 기대로 거리를 헤매다 란저우 역 앞에서 간신히 문을 연 면집을 발견했다. 늦은 시간 때문인지 별반 손님은 없다. 주문을 하고나서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종업원이 면을 들고 나온다. 이곳에선 기계로 면을 뽑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빼기 때문에 후라이팬에 볶아내는 일반요리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그래서 중국에선 젖은 면(국수)을 ‘손으로 잡아 늘이는 면’이라는 의미로 라멘(拉麪)이라 부른다.

20-30분은 족히 기다려 식탁에 놓인 뉴러우멘, 우선 국물부터 후루룩 한 모금 마시고 젓가락을 댄다. 역시 면발이 다르다. 중국의 국수는 한국과 달리 면이 쫄깃하고 입안에서 구르는 감촉이 특별하다. 쫀득한 면발의 비밀은 이곳 서북에서 생산되는 밀가루 원료와 직접 손으로 주무르고 뽑아내는 수타식 면 만들기에 있다. 이곳 서북의 주식은 쌀이 아니라 면이다. 따라서 이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세끼 국수를 먹는다. 면 음식이 특별히 발달되었다는 얘기다. 미국 밀가루에 기계로 반죽하고 기계로 뽑아내는 우리의 칼국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기에 빨간 고추기름을 뿌리고 기름기 뺀 담백한 육수는 맛이 그만이다.‘그래 바로 이 맛이야!’ 매콤한 고추기름은 입안 가득 화끈한 자극을 전해준다. 입안에서만 화끈한 맛을 내는 중국식의 매운맛은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마치 화끈하게 취하고 뒤 끝이 없는 빼갈(白酒,고량주)처럼 순간적으로 입안이 얼얼하지만 매운맛이 뱃속까지 내려가지는 않는 것이다. 허기진 탓도 있었겠으나 오늘의 뉴러우멘은 성공!! 막걸리 잔 비우듯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마시고는 탁자 위에 국수 그릇을‘탁!’하고 내려놓는다.

이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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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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