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스위스의 정밀부품 생산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회사 현황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한 관계자는 2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불황이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 생산공장이 값싼 노동력을 가진 나라를 찾아 신설될 때는 이 회사의 기계를 설비기계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회사 제품의 경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가볍고 내구성 없는 기계를 만들기보다는 요소부품만 교환하면 대물려 사용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때문에 효율성 뿐만 아니라 정직경영을 인정받아 불황의 그늘이 있을 수가 없다는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56년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필자는 이 얘기를 듣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만들었고 요즘 한국에서 설립과 퇴출이 짧은 반짝 기업의 원인을 반추(反芻)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명절이 되어 평소 고마웠던 분들과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한과류나 과일상자 등 잘 포장된 것을 살펴보면 위에는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놓여 있는데 밑으로 내려갈수록 일부가 작은 것이나 값싼 것이 있음을 발견하고 실망했던 적이 있다.

장사의 생명은 정직과 신용인데 이런 식이라면 고객들이 점점 멀어져 갈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그 반대로 행할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일본의 유키지루시(雪印)사의 경영진이 유제품 불량의 원인을 거듭 부인하다 결국엔 폐사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이야기는 무한 경쟁시대에 최고경영진을 비롯해 모든 사원에게 정직이 가장 오래가는 큰 재산임을 새삼 깨우쳐 준다.

스티븐 코지가 지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보면 사람들이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해 ‘감정은행 계좌’라는 용어를 사용해 인간관계에서 구축하는 신뢰의 정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내용이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정직한 마음으로 신용을 지킨다면 우리는 감정을 저축하는 것이고 반대로 다른 사람을 속이고 기만한다면 우리의 감정은행 계좌가 바닥나거나 차월되어 신뢰수준이 매우 낮아지는 것이다.

한 기업의 경영자로서 정직과 신뢰를 갖는 기업을 경영하고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보답하고 기업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 살기 좋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현 시대의 가장 큰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직과 신용’은 구호로 외치기에는 쉽지만 실천은 어렵고도 필연적인 것이다.

손종현<남선기공 사장·대전상의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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