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4일)로서 노무현대통령 임기가 꼭 15개월 남게 된다. 취임 45개월이 흘러갔지만 지금 노대통령의 지지도는 11%로 바닥 수준이다. 국가 환란을 초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렇게 낮지는 않았다. 세계 여러 나라 지도자 가운데 이같이 낮은 지지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잇단 정책실패와 리더십실종이 대통령불신과 국정불신을 가져온 결과다. 이러다간 자칫 97년도의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국난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최근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된 느낌이다. 사실상 레임덕은 이보다 앞서 국회의원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완패하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전후하여 정치●외교●경제●사회 등 여러 부문에서의 부처 간 혼선과 당●청 갈등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졌고, 돌이킬 수 없는 레임덕에 빠져 허우적 되는 모습이다.

黨●政●靑갈등 더 이상 안 된다

외교안보정책에서의 외교부●국방부●국정원 간의 갈등, 부동산정책을 놓고 재경부●건교부, 당정 간의 불협화음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왕좌왕 중심을 못 잡는 부동산정책은 국민의 불신을 깊게 했다. 얼마 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독립문제로 싸우더니 최근에는 검찰과 법원이 힘겨루기하고 있다. 또 엊그제 열리우리당 이용희 국회부의장은 “이 놈의 정권” “하도 같잖아서”등 비속어를 써가며 현 정권을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의 많은 당원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등 돌리고 있다. 이제 당 간부들이 국민 듣기 민망할 정도로 당과 청와대를 비난하는 모습은 예사다. 얼마 전 열린우리당 창당 3주년 기념식에서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국회연단에 서서 당의 폐업사(閉業辭)를 낭독하는 기이한 장면을 우리는 보았다. “우리당의 창당은 정치사에 크게 기록될만한 의미 있는 정치실험이었으나 이제는 마감해야한다”고 말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창당 3년이 지난 이제 와서 나라, 국정, 민생이 그동안의 실험 대상이었다니 어이없다. 집권여당의 고위 간부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책임하고 뻔뻔한 말을 마구 뱉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지난주 노대통령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유치상황보고회’에 초청받은 주요 재계 인사들이 무더기로 불참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모두 레임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징표다.

레임덕은 물론 노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 최근까지도 입만 벌리면 말썽이 뒤따랐고, 청와대 참모는 이를 해명하는데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손대는 정책마다 실패의 연속이었고 코드인사도 계속 말썽을 일으켰다. 최근의 수요를 무시한 부동산정책이 그랬고, 교육정책, 대북 햇빛정책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행동(실천)보다 말이 앞서는 NATO(No Action Talk Only)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남은 15개월 마무리 잘 해야

이 같은 정권의 레임덕현상은 기업들로 하여금 여유자금을 쌓아 둔 채 투자를 외면케 한다. 레임덕에 따른 정책불확실성 때문에 좀 더 지켜보자는 식이다. 얼마 전 미국의 국제경제전문가 윌리엄 퍼섹은 블룸버그통신에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칼럼을 썼다. 중국 붐과 일본경제회생, 원화가치 상승, 고유가와 부동산투기광풍, 그리고 정책마비 때문이라는 것이다. 섬뜩한 예고가 아닐 수 없다.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5개월 남았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남은 기간 코드인사와 독선●아집을 버리고 각종 정책의 경중여부를 따져 국정에 올인 해야 한다. 여당도 정권재창출을 위한 정계개편과 남북정상회담 등에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끝까지 대통령을 보필하여 대통령이 가볍게 청와대문을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라 망치는 레임덕을 막고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올수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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