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우리가 정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인식은 국민 모두가 공유할 것이라는 생각도 가졌다. 그러나 한달이 경과하면서,‘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라는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결집된 힘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법 대두됐었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발표 이후 위기의식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 또 정치권은 정계개편에, 서민들은 아파트 가격변동에 더 큰 무게를 싣는 양상이다.

북핵 한달만에 위기의식 희석

그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유엔의 결의에 동조해 북한에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들은 “전쟁을 하자는 얘기냐”라는 유의 날서고 억센 주장과 맞섰다. 그런가 하면 북이 핵실험을 했는데도 이렇게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고 정국이 평온을 지키고 있는 것은 햇볕과 포용정책의 성과라는 말들도 나왔다. 전적으로 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보다 확실한 것은 북의 핵은 이래저래 우리에게 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세계적인 핵보유국을 일떠세운 절세의 명장 김정일 장군 만세’ 등의 핵실험을 자축하는 구호들을 육아원에까지 내걸었다.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김정일체제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판단된다. 쉽사리 핵프로그램을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한에 대한 우리정부의 대응수위와 방법은 국내외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6일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나타난 대북정책의 방향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핵실험 직후인 지난달 9일의 기자회견에서 “핵실험이 있기 전과 후의 남북관계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한국정부도 이마당에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렵다”라는 발언과는 배치된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의 대화강조발언이 원론적인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이런 대응은 정부가 북핵문제를 위기로 인식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하다. 또한 일정부분 주변국과 동맹국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기를 타개해가는 방법은 다양하게 모색될 수 있다. 그러나 ‘제반 위협으로부터의 안전’이라는 기본적 욕구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 확실하게, 또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마땅하다.

비상시국시 정부와 지도자가 해야할 일은 우리가 가진 능력을 냉철히 판단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차질없이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상황이 변화했다거나 집행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피드백을 통해 정책을 재평가하고 집행의 방향을 바꿔 나가야 한다.

변화 불가피한 북 포용정책

북이 미사일에 이어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분명 중대한 사건이자, 변화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이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불확실한 계산법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정부가 ‘덧셈의 관리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도 가능하고, 저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그런 긍정적인 희망의 계산법 말이다. 정작 위기시점에서 필요한 계산법은 뺄셈의 관리학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위기관리체제로 돌입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회피하거나 미루는 것도 죄악이다. ‘아마’ · ‘설마’라는 안일한 말과 정책이 차지할 자리는 이제 없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국민들의 역량을 총집결하고 고민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북핵 위기를 타개하고 생존과 번영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북핵실험 이후 주변의 정치적 · 군사적 환경은 변화됐다. 포용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의 증가가 불보듯 하며, 지지집단도 분열되었다. 우리의 조정기능도 대부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포용정책의 철회 혹은 변화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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