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3 23:55

‘국립대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2006-11-06기사 편집 2006-11-05 14:00:13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외부기고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요즘 국립대학 교수들은 무척 바쁘다. 교원평가에 대비하여 강의와 연구는 물론 산학협력 및 사회봉사활동, 학생지도 및 취업, 공학인증업무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최근엔 국립대 법인화 반대를 위한 집회에도 참석해야 하는 고통마저 감내하고 있다.

얼마전 교육부가 주최한 ‘자율선택에 따른 국립대학 법인화를 위한 공청회’가 교수, 직원, 학생 대표들의 강력한 저지로 무산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청회 저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이 공청회는 개최 14일전에 공고하고 발표자의 선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제38조를 완전히 무시한 부당한 것이었다.

교육부는 오늘 토론자 구성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공고요건 만을 갖추어 다시 공청회를 개최한다. 과연 공청회 저지이유가 무엇인지, 왜 법인화를 반대하는지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교육부는 국립대학의 경쟁력 저하, 학생들의 미충원, 이공계교육의 위기, 비효율적인 인력양성 등 제반문제의 원인이 대학의 안일함에 있다고 보고 모든 책임을 대학에 돌리고 있다. 나아가 국립대학을 철밥통을 지키려는 수구세력으로 인정,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법인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결코 대학만의 책임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교육부가 대학설립준칙주의라는 미명 아래 행해온 무질서한 대학인가, 반강제적인 학부제, 최소전공제 및 복수전공제 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또 다시 졸속한 법인화 카드를 내놓아 국민을 호도하고 대학 공교육을 망치려 하고 있다.

교육부의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 특별법’은 국립대를 ‘국가로부터 독립된 자율적인 의사결정구조’로 전환, 인사·조직·재정 등 대학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해 주어 대학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유리할 것이라 한다. 그렇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사회 구조를 통한 교육부장관의 지속적인 영향력과 간섭을 가능케 하여 오히려 대학의 자율을 저해시킬 소지가 너무도 크다. 또한 이 법이 통과되면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연구, 교육, 봉사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보다는 경제성 및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업경영방식을 우선할 수밖에 없어 국가의 지속적 발전에 필수적인 학문의 균형적 발전이나 필요한 인재양성 및 취업률 제고 등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은 자명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고등교육 투자비가 OECD국가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부족한 현실에서 재정지원문제의 해결방안 없이 대학교수에 대한 편견만으로 성급하게 법인화를 추진하려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고려하지 않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물론 국내의 대학이, 특히 국립대가 어려운 교육환경을 헤쳐나갈 만큼의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육부 주도로 몇 해 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국립대 구조개혁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이며 공감하는 바도 크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 혹은 충분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통합이나 구조개혁은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다.

법인화를 강행하기에 앞서 교육부는 지금 각 대학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혁이 성공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엄격한 평가를 시행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 법인화 등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방안이 무엇인지 국립대 관계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일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같지 못하다(興一利不若除一害)’는 옛 현인들의 말씀을 귀담아 들을 때다. 이동형<한밭대 교수평의회 의장·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공동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