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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시인, 그리고 지식인

2006-10-30기사 편집 2006-10-29 13: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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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사건을 놓고 진위여부를 묻는다. 한편에서는 확인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다. 핵실험 한 사람이 했다는데, 후속 조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 자체 여부를 얘기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며칠 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현종 시인이 워낙 충격이 컸고 사안이 심각하여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하지마라야 할 일을 저질렀다’며 조용히 꾸짖었다. 그리고 시인은 ‘7천만의 삶의 터전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기’를 ‘정말로 바라는가’라고 묻고 있다.

우리는 핵의 양면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핵의 고마움과 무서움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핵의 고마움보다 무서움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위협을 알기에 시인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우리 얼굴에 오는 바람이 지옥의 공기와 바람이기를 바라는가하고 그들에게 물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물과 밥이 죽음의 물과 밥이 되기를 진정으로 원하는가도 물었다.

시인의 시가 발표되고 많은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글쟁이는 나라에 위기가 오면 침묵”하지 말고 “말할 책임”이 있다는 시인의 말이 문단을 뜨겁게 달구어 놓았다. 시인의 이러한 외침은 비단 문단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에 큰일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세계 곳곳에서 퍼져 나왔다. 그런데 정작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은 너무나 조용하다. 그 중에서도 속칭 지식인들의 침묵은 도가 지나치다. 아마 시인은 이런 지식인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외도를 시도하였나 보다.

지식인이란 지식계층의 사람으로 지적 혹은 정신적인 노동자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식인은 동양에서는 과거제도를 통해 등용된 학자를 말하며, 서양에서는 봉건영주를 섬기던 관료나 행정관을 말한다. 실질적인 지식계급이 성립된 것은 19세기의 제정러시아 중기였다. 그래서 지식인이란 지식계급이라고 번역되는 러시아어에서 나온 말이다.

지식계급론을 주장한 학자들은 지식계급을 권력밀착형, 권력민중유리형, 반권력민중밀착형 그리고 반권력민중유리형,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만하임은 이 네 가지 유형 중에서 반권력민중밀착형을 가장 높이 평가하였다. 반권력민중밀착형이란 권력이나 민중에 적극적으로 밀착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지식계급을 말한다. 이런 지식계급의 사람은 소시민적인 의식과 자신의 지적 능력을 출세의 수단으로 삼는 지식계급자들이다. 하지만 이런 지식인들은 적극적으로 민중 속에 들어가려는 자세를 갖지 않으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반권력민중밀착형의 지식인은 계급을 초월하여 중립적이기 때문에, 계급적 대립이 생기면, 가장 타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만하임은 이 계층의 지식인을 가장 높이 평가한 것 같다.

지식인의 유형 중 권력밀착형에 속하는 지식인은 정부의 고급관료, 기업의 상급간부, 일부의 매스미디어간부 또는 일부의 대학교수 등이라고 한다. 이런 지식인은 권력과 완전히 밀착하여, 체제유지적 역할의 입장을 대표해 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지식인이 갖고 있는 지식은 보수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정현종은 ‘무엇을 바라는가.’를 발표하면서 “한 나라에 찾아” 온 “위기에 대해서 말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글쟁이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부터 안보담당 책임자들이 차례차례로 사의를 표하였다. 이유야 무엇이든 한 나라의 안보정책이 바뀌는 처절한 시점에 와 있다.

글쟁이가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현종의 뜻에 문단은 ‘충격’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반면 ‘그러나 기뻤다’는 말로 시인의 뜻에 화답한 사람도 있었다. 지식인의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주 적절한 반응이었다. “지구를 온통 구역질로 가득 채우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 아니라 반성 없는 지식인을 두고 시인이 꼬집은 것은 아닌가하고 반문해 본다.

서정욱<배재대학교 심리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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