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의 정무직과 별정직, 지방공기업 사장 등 임원에 대한 인사전횡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전시의회가 지방의회도 인사청문회를 하자는 해답을 제시했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20일 지방의회에서도 인사청문회가 가능토록 관련법령의 정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예방, 합리적인 인사기준 마련, 적격자 임명유도 등이 이유다. 2000년부터 국회에서, 올 7월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에도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시의회 지방의회에 도입 촉구

그렇잖아도 대전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과 관련,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박성효 시장이 취임하자 시측은 시산하 공기업 사장·이사장들의 퇴진을 요구한 ‘사건’이다. 겉으로는 재신임을 구하라는 형식을 취했다. 문제는 속마음이다. 연임이든 교체든 시장의 심중에 있는 인물로 인사권을 행사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임기보장제’로 방어했다. 와중에 한 사장이 신임시장에게 재신임을 받겠다며 사표를 냈다. 이 사표는 처리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사장들과 이사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퇴진을 요구한 시측이 판정패를 당한 셈이다.

외견상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퇴진요구란 회오리에 휩쓸린 대상자들은 방어에는 일단 성공했으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다. 퇴진요구는 전임시장과 운명을 같이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능력부재라는 양념도 가미된다. 사실여부를 떠나 사표를 내자니 엽관제와 무능력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버티자니 여론을 견디기 힘들어지고 해당기관과 시의 관계가 껄끄럽게 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기업의 예산을 삭감하느니, 감사를 강화한다느니하는 등의 압력이 뒤를 이었다.

소동의 발단은 대상자들에 대한 인사가 선거와 관련한 보은의 차원이란 혐의 때문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리라고 본다. 그 때마다 공기업 사장등은 보장된 임기를 방어막으로 사용할테니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논쟁은 불가피해진다. 이들에 대한 퇴진요구가 부당하다며 내세우는 근거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공기업 사장등도 퇴진요구라는 창을 막아낼 방패를 임기보장제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경영성과가 우선이다. 또 꼽는다면 퇴진요구라는 싹을 원천적으로 자를만한 자격 입증이다.

그 자격은 도덕성과 업무능력으로 요약된다. 임명전 이에 대한 검증은 불명예스런 퇴진요구를 최소화하는 안전장치가 된다. 소신껏 일하려면 임명되기 전부터 도덕성과 당위성을 확보하고 적격자임을 스스로 증명하면 떳떳치 않겠는가. 그 검증방법이 바로 인사청문회다. 대상자로서도 자신이 적격자임을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전시의회가 결의한 지방의회에 인사청문회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이 의미를 갖는 까닭이다.

정치권·학계등 수용여부 주목

현재의 공기업사장 등의 선임은 공모라는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의 과정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공모제라고는 하지만 이미 내정된 인물을 세우기위해 공모제라는 허울을 차용했다는 사실, 나머지 응모자는 대부분 들러리였다는 의도를 알 만한 이들은 모두 안다. 지방공기업 사장 등 임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자는 제안이 그래서 설득력을 지닌다. 대상자도 자신이 공기업을 맡을 능력과 자격이 충분하다면 청문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현재 지방의회가 인사청문회를 할 수 있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정치권이 지방공기업사장 등 임원의 자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없고,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이 제도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치계와 학계 등은 취지는 좋으나 시기상조라고 진단할 수도 있다. 여론을 수렴한다며 질질 끌다가 논의조차 유야무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전시의회서 제기된 논의이긴 하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지, 과연 열매는 맺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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