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취업에 사활건 대학

대학마다 중간고사가 한창이다. 4학년 학생들은 이번 중간고사만 끝나면 사실상 직장구하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취업에 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기말이 다가올수록 학생들은 더욱 조바심이 난다. 각 대학마다 수업시간에 벌써 직장을 구했으니 출석을 한 것으로 해달라고 취업확인서를 보여주는 행운(?)을 안은 학생들이 한둘씩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는 오늘도 구직사이트를 이리저리 헤매 다니고 있다.

일반기업체 취업 너무 어렵다보니 너나 할것 없이 공무원 시험준비에 매달려 공무원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10만 명 가까이 응시를 했다니 그야말로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얼마나 공무원이 인기가 있으면 공무원시험 강의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대학들 까지 있겠는가. 서울의 한 유명 고시학원의 강의 동영상을 무려 40여개의 대학이 중앙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또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기 위해 취업능력 경진대회를 개최한다거나 단순히 취업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맞춤식 취업교육에 나서는 대학들도 수두룩하다.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기업체의 채용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대학들이 입사서류 작성에서부터 집단면접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취업 컨설팅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나타난 또 다른 현상은 초등학교 교사를 희망하는 남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996년 19.4%에 불과하던 남학생 비율이 2000년에 처음으로 전체의 4분의 1을 넘어선 26.7%를 나타낸 이후 2004년에는 30%를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보였는데 특히 올해는 전체 입학생 6,235명 중 남학생이 2,149명으로 최초로 2,000명을 넘어섰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대학은 자신의 이상과 꿈과 모험을 실현할 수 있는 상아탑이 아니라 먹고 살아야 할 일자리를 찾는 훈련기관이 되어버렸다. 취업전선에서 수도권 대학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지방대 학생들은 그 흔한 기업들의 취업설명회조차 한번 접하기 힘들다. 서울에도 인재들이 많은데 굳이 지방까지 와서 취업설명회를 할 필요가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기업들의 지방대학 홀대는 도를 넘어섰다.

대학이 스스로 학문의 전당이기를 포기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초학문과 연구기능의 성과는 뒷전이고 얼마나 취업률이 높은지가 대학평가의 척도가 됐다. 대학이 학문 연구기능이 고사하고 사회발전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취업 잘되는 학교로 알려져야 신입생 모집이 잘되는 대학들의 귀에는 들릴 리 만무하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게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학생들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니냐는 듯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학생들의 고통은 사소한 것인지 정부는 엄청나게 굵직굵직한 것들만 끊임없이 발표해 댄다. 620조원이나 소요되는 국방현대화 계획. 1,100조원이 필요한 ‘비전 2030’ 등 목표달성이 불투명한 사업들에 열정을 쏟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살려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기업들 불안감을 호소하면 정부는 엄살을 피운다며 오히려 핀잔이다. 일자리 창출리 가장 효과적인 복지대책이라고 곳곳에서 외쳐대도 복지재정만 끝없이 확충에 국가부채를 엄청나게 늘려 놓았다.

이제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러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경제가 더욱 어려워 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는 목소리가 높다. KDI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4.3%로 둔화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래저래 우리의 젊은이들은 직장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게 생겼다. 국민들이 편안하게 걱정없이 먹고 살게하는 게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인데 이 정부는 그저 큰 것만 생각하지 젊은이들이 고통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김윤석<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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