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버리지 않으면 인질을 죽이겠다.”

갱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악당이 주인공의 애인이나 가족을 인질로 잡고 항복을 요구하는 장면이다. 휴머니스트인 주인공은 열이면 열 모두 총을 내려놓는다.

경제학자들은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총을 버리는 상황은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는 쓸데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신뢰의 표시로 총을 내려놓고 “싸울 의사가 없으니 협상을 하자”라고 제안할 수 있지만 그순간 악당은 손쉽게 주인공과 인질을 모두 없애고 유유히 도망칠 수 있는 호기를 잡는다.

주인공이 끝까지 버틴다면 악당은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인질을 죽이고 주인공의 총에 목숨을 잃는 경우와 인질을 풀어주는 대신 협상을 통해 퇴로를 확보하는 카드 등이다.

주인공 역시 애인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 총을 난사하는 강경책과 협상을 통해 애인을 구한 뒤 대결을 뒤로 미루는 2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양자가 바보가 아니라면 모두에게 불리하지 않은 후자 옵션을 선택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주인공과 악당 모두에게 위험한 더 나쁜 악당 K가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주인공과 악당은 일단 대결을 뒤로 미루고 한시적으로, 또는 K를 없앨 때까지 전략적 제휴를 맺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제휴시한이 종료되기 전, 또는 K를 해치우는 순간 서로 먼저 총을 뽑아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는 복잡한 계산에 골몰한다. 이 경우에도 둘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또 다른 옵션을 만든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당신의 죄 가운데 살인미수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강도죄만 묻겠다”고 제안한다. 악당은 이 제안이 제휴를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질 것이다.

게임이론은 자신의 선택뿐만 아니라 상대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분석하는 이론이다. 수학자 존 폰 노이만과 경제학자 오스카 모르건슈테른은 1944년 ‘게임과 경제행동 이론 (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을 출간해 근대게임이론을 만들었다. 게임이론은 여러 옵션 가운데 하나의 선택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찾는 긍정적 측면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요즘 북한 핵문제를 게임이론에 비유하곤 한다. 게임이론의 대가이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머스 셸링 교수는 북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근시안적 게임참가자라면 협력과 상생이란 있을 수 없다. 게임이론상 ‘균형’을 아는 참가자들은 게임 상황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게임의 판을 깨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金衡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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