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 정재윤교수 주장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왜왕의 백제왕 임명 기사는 백제가 일본 정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협력 시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재윤 교수(공주대 사학과)는 최근 공주대학교 백제문화연구소(소장 서정석)가 공주대에서 개최한 백제문화제 기념 심포지엄 ‘웅진시대 백제의 대외교섭’에서 발표한 논문 ‘웅진시대 백제와 왜의 관계에 대한 예비적 고찰- 일본서기를 중심으로’에서 “일본에 선진 문물을 전수했던 백제가 왜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았고 왕의 임명도 왜에 의해 이뤄졌다는 일본서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백제왕위 계승자가 일정 기간 일본에 거주했던 기사는 웅진백제 당시 통일 일본을 이룩하기 위해 백제계 등 이주계를 규합하는 수단이 필요했던 야마토 정권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서기에는 고구려의 남침으로 망한 백제를 왜가 군사를 지원해 재건시켰고(유랴쿠왕 21년조) 일본왕이 동성왕을 백제왕으로 임명했다는 기사(유랴쿠왕 23년조)가 등장한다. 또 웅진시대에는 무녕왕, 혜왕 등 왜에 머물러 있던 왕족의 백제왕 즉위 사례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 교수는 “일본에 파견된 백제 유력 왕족이 왕으로 즉위할 수 있던 배경은 백제에서 이미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우월한 지위를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왕위계승자가 야마토왕조의 관문에 해당하는 가와찌 지역에 체류한 지역인 것도 백제의 도래집단과의 결속을 통해 경제기반을 구축하려 했던 왜왕권의 현실적 욕구가 있어서였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일본서기는 대외관계 측면에서 볼 때 과거 일본의 실제적 모습보다는 편찬 시점의 이상적인 대외관계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보아야 한다”며 “왜가 백제에 군사를 지원한 것도 야마토 정권이 통일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백제 세력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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