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후폭풍이 거세다. 엊그제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확대와 북한출입선박 임시검문 등을 주 내용으로 한 결의안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이를 지지했다. 유엔의 강도 높은 북한제재가 임박했음을 느끼게 한다. 국제사회의 북한제재가 본격화하면 우리도 동참할 수밖에 없다. 가만있으면 한국도 고립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핵실험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퍼주기식 지원 더 이상 안 된다

그런데 햇볕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차가 커 문제다. 한나라당은 햇볕정책 폐기를 요구했다. 노무현대통령도 햇볕정책 재검토의사를 밝혔지만, 열린우리당은 이에 반기를 들었다. 포용정책에 대한 대통령과 총리, 통일부장관이 서로 다른 의견을 발표해 엇박자를 보인 것도 문제다. 국회는 엊그제 북한 핵 결의안을 무산시켰다. 청와대 전직 대통령오찬에서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대통령은 햇볕정책 폐기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어찌됐건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이제까지 두 정권에 걸쳐 8년여 간 이어온 ‘햇볕정책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국이 북한 돕기에 본격 나선 것은 DJ정권이 들어선 98년부터다. ‘북한이 고립되지 않고 국제사회에 나오려면 햇볕을 쐬게 해야 한다’며 대북 퍼주기와 각종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그해 금강산사업을 시작했고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교류와 남북정상회담에서 6.15성명까지 채택하는 등 겉으론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DJ정권에 이은 참여정부도 햇볕정책을 계승해 북한을 엄청나게 도왔다. 개성공단사업도 시작했다. 노무현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북한에 우호적인 발언과 태도로 일관했다. 국내언론의 비판과 미국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4년 미국LA방문 시에는 “북한 핵 주장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감쌌다. 9월28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핵실험가능성질문에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 중”이라고 답했지만, 닷새 뒤 핵실험을 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DJ정권부터 지금까지 경수로 건설비용을 빼고도 4조5천억 원 어치를 대북지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북한은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남쪽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왔다. 잠수정 및 무장간첩침투, 서해도발 등을 서슴지 않았고 남쪽서 지원받은 돈과 물자로 핵과 미사일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2002년 10월 핵 폐기약속을 어겼고, 2005년 2월 핵보유선언에 이어 마침내 지난 9일 핵실험까지 자행케 됐다.

한국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이 정도의 지원이면 핵실험을 삼가야했고 적어도 남쪽에 사전 통보는 했어야 했다. 이는 한국정부를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포용정책이 실패로 끝났음을 증명한다. 속된 말로 “뭣 주고 뺨 맞은 꼴” 이다. 노무현대통령은 회견에서 “궁극적으로 포기할 일은 아니지만 포용정책의 효율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지 않겠나”고 어정쩡하게 말했다.

核포기유도 외교적 노력필요

한반도가 핵위협에 노출된 상황에서 아직도 햇볕정책에 미련을 두고 있는 듯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우리가 북한 달래기에만 매달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 오랫동안 그들의 ‘벼랑 끝 전술’에 놀아난 대한민국이다. 오직 핵무장만이 그들이 내세우는 선군정치의 핵심이며 생명줄로 인식하고 있음을 이번에 똑똑히 보았다. 40여 년 간 핵 프로그램에 매달려온 그들의 속셈을 제대로 읽을 때다. 이젠 전작권 환수계획도 백지화해야 옳다.

과거의 對北정책을 재고할 때다. 무조건 퍼주기 식 지원도 수정해야한다. 정부는 우선 북측에 이번 핵실험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이나 군사적제재가 없도록 긴밀한 외교채널을 가동하는 일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절실하다. 국론통일과 함께 남북교류도 당분간 중단하고 사태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추가핵실험이 없도록 정부의 단호한 태도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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