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식 지원 더 이상 안 된다
그런데 햇볕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차가 커 문제다. 한나라당은 햇볕정책 폐기를 요구했다. 노무현대통령도 햇볕정책 재검토의사를 밝혔지만, 열린우리당은 이에 반기를 들었다. 포용정책에 대한 대통령과 총리, 통일부장관이 서로 다른 의견을 발표해 엇박자를 보인 것도 문제다. 국회는 엊그제 북한 핵 결의안을 무산시켰다. 청와대 전직 대통령오찬에서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대통령은 햇볕정책 폐기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어찌됐건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이제까지 두 정권에 걸쳐 8년여 간 이어온 ‘햇볕정책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국이 북한 돕기에 본격 나선 것은 DJ정권이 들어선 98년부터다. ‘북한이 고립되지 않고 국제사회에 나오려면 햇볕을 쐬게 해야 한다’며 대북 퍼주기와 각종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그해 금강산사업을 시작했고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교류와 남북정상회담에서 6.15성명까지 채택하는 등 겉으론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DJ정권에 이은 참여정부도 햇볕정책을 계승해 북한을 엄청나게 도왔다. 개성공단사업도 시작했다. 노무현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북한에 우호적인 발언과 태도로 일관했다. 국내언론의 비판과 미국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4년 미국LA방문 시에는 “북한 핵 주장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감쌌다. 9월28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핵실험가능성질문에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 중”이라고 답했지만, 닷새 뒤 핵실험을 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DJ정권부터 지금까지 경수로 건설비용을 빼고도 4조5천억 원 어치를 대북지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북한은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남쪽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왔다. 잠수정 및 무장간첩침투, 서해도발 등을 서슴지 않았고 남쪽서 지원받은 돈과 물자로 핵과 미사일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2002년 10월 핵 폐기약속을 어겼고, 2005년 2월 핵보유선언에 이어 마침내 지난 9일 핵실험까지 자행케 됐다.
한국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이 정도의 지원이면 핵실험을 삼가야했고 적어도 남쪽에 사전 통보는 했어야 했다. 이는 한국정부를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포용정책이 실패로 끝났음을 증명한다. 속된 말로 “뭣 주고 뺨 맞은 꼴” 이다. 노무현대통령은 회견에서 “궁극적으로 포기할 일은 아니지만 포용정책의 효율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지 않겠나”고 어정쩡하게 말했다.
核포기유도 외교적 노력필요
한반도가 핵위협에 노출된 상황에서 아직도 햇볕정책에 미련을 두고 있는 듯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우리가 북한 달래기에만 매달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 오랫동안 그들의 ‘벼랑 끝 전술’에 놀아난 대한민국이다. 오직 핵무장만이 그들이 내세우는 선군정치의 핵심이며 생명줄로 인식하고 있음을 이번에 똑똑히 보았다. 40여 년 간 핵 프로그램에 매달려온 그들의 속셈을 제대로 읽을 때다. 이젠 전작권 환수계획도 백지화해야 옳다.
과거의 對北정책을 재고할 때다. 무조건 퍼주기 식 지원도 수정해야한다. 정부는 우선 북측에 이번 핵실험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이나 군사적제재가 없도록 긴밀한 외교채널을 가동하는 일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절실하다. 국론통일과 함께 남북교류도 당분간 중단하고 사태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추가핵실험이 없도록 정부의 단호한 태도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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