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기행-천안 시티투어

“우리 동네에서 천안 구경 못한 사람은 ‘촌 놈’ 취급 받습니다. 전 벌써 두 번째 나들이인 걸요”

지난 28일 두 명의 동네 벗과 함께 ‘천안 시티투어’(천안 순환관광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만호씨(59.서울시 성북구)는 “넉넉히 잡아서 전철로 한 시간 반 남짓한 거리에 공기 좋고, 볼거리며 먹을거리가 많은 천안이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충절의 고장 천안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올 초 수도권 전철이 들어오고 주 5일제가 되면서 부터다.

서울 등 수도권에 천안 여행 붐이 일면서 전철역에는 나들이객들로 늘 북적인다.

평일, 주말이 따로 없다.

일단 천안역까지만 오시라. 그러면 천안시에서 보낸 시티투어버스와 친절한 문화유산해설사가 당신을 반겨 맞을 것이다.

버스에 올라타면 하루 종일 이름난 유적지며 관광지를 공짜로 구경시켜준다.

여행길을 안내하는 문화유산해설사의 감칠맛 나는 해설은 여행 재미를 돋군다.

‘천안 시티 투어’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두달치 투어 예약이 끝났을 정도다. 한발 늦은 이들은 혹시나 하고 대기자 명단에 얼른 이름을 올린다.

시티투어는 매주 화, 목, 토, 일 네차례 운영된다.

올 2월까지는 토, 일 주 2회씩만 운영했는데, 관광객들의 협박(?) 때문에 지난 3월부터 횟수를 배로 늘렸다.

코스도 평일과 주말을 각각 다르게 잡았다. 평일에는 50대 후반에서부터 7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일요일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화, 목, 토요일에는 관광지와 유적지 중심으로 투어가 진행된다.

오전 10시가 되면 천안역에서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태조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국 유일의 우정박물관을 거쳐 동양최대 청동불상을 모신 각원사로 향한다.

11시 30분쯤, 버스는 여행 수일 전 부터 관광객들의 입맛을 다시게 했던 그 유명한 아우내 장터 순대 국밥집으로 안내한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순대 한 접시에 막걸리 한잔을 걸친 후 국밥 한 그릇을 비우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수도권 전철이 들어오고, 시티투어가 시작되면서 장터는 평일에도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주말에는 국밥 한 그릇 얻어먹기가 힘들 정도다.

낮 1시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선혈들의 충절을 가슴깊이 새기러 떠난다.

천안이 낳은 독립 운동가이자, 세계적인 여성운동가인 유관순 열사를 만난다. 최근에 유적지(생가, 기념관 등)가 새 단장됐다. 독립운동가인 유석(維石) 조병옥 박사 생가지를 거쳐 오후 2시30분쯤 도착한 곳은 민족의 성지, 독립기념관.

관광객들은 1시간 30여 분간 기념관을 둘러보며 그날의 역사와 함성을 가슴속에 담는다.

이렇게 하루 여행을 마치고 천안역에 도착하면 오후 4시30분.

일요일에는 여기에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더 보탰다.

평일처럼 유적지와 관광지를 쭉 둘러볼 수 있다. 점심식사 후에는 천안농업기술센터에 들러 오이,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개구리참외, 거봉포도 등 제철에 나는 천안 농특산물을 따보기도 하고 맛도 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지난 9월 중순까지는 체험관광농원에서 천안 명물인 거봉포도를 따보고,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인기가 좋았다.

올 가을, 이웃이나 가족과 함께 주머니 부담 없는 충절의 고장, 천안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문의 041(521)5157)<天安=高慶豪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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